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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비싼 샴페인 가격은 정말 거품일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9-01 06:00:00 수정 : 2017-08-31 23: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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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과 와인을 위한 모든 것이라고 쓰인 뱅썽 샬로의 티셔츠
순박한 시골 농부같은 샬로 따누 오너 뱅썽 샬로
‘투 푸 라 빈 에 르 방(Tout pour la vigne & le vin)’. 그의 흰 티셔츠 등에는 이런 문구가 불어로 적혀 있습니다. ‘포도밭과 와인을 위한 모든 것’이란 뜻입니다. 최고의 와인을 빚기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그의 열정을 한 단어로 표현한 듯 합니다. 티셔츠의 주인공은 뱅썽 샬로(Vincent Charlot). 샹파뉴의 혁신적인 샴페인 하우스 샬로 따누(Charlot Tanneux)를 이끄는 ‘괴짜’ 생산자랍니다. 금방 포도밭에서 달려 온듯 때묻은 작업복에 검게 그을린 피부. 맑고 투명한 햇살이 아름답게 포도밭에 쏟아지는 샹파뉴 에페르네(Epernay) 옆마을 마르데이(Mardeuil)에서는 만난 그는 영락없는 시골 농부의 모습입니다.

압착으로 나온 두번째 포도즙 따유(Taille) 80% 사용. 1년 생산량은 불과 3만병. 모든 샴페인은 빈티지 샴페인. 100% 바이오다이나믹. 아황산염 0% 사용. 16년의 숙성. 그의 샴페인을 대표하는 단어들입니다. 그는 어떻게 샹파뉴의 미래를 이끄는 생산자가 되었을까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평균단가가 가장 비싼 와인은 바로 샴페인입니다. 와이너리의 셀러에서 판매되는 가격 기준으로 일반 스틸 와인은 2달러, 스파클링은 7달러입니다. 하지만 샴페인은 20달러로 일반 와인의 10배에 달합니다. 샴페인이 평균단가가 훨씬 높은 것은 양조과정이 복잡하고 숙성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입니다.
샬로 따누 샴페인

샴페인은 1차 발효가 끝난 베이스 와인을 빈티지별, 포도밭별, 품종별로 보관합니다. 나중에 이들을 맛있게 섞는 아상블라주 과정을 거친 뒤 효모, 당분과 함께 병에 담아 뚜껑을 막아 놓으면 효모가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2차 병발효가 시작됩니다. 병에서 발효를 하면 이산화탄소가 서로 끼이면서 버블 크기가 미세하게 줄어든답니다. 반면 커다란 탱크에서 발효를 하면 이산화탄소가 자기 맘대로 돌아다니면서 버블이 크게 만들어지죠. 샴페인을 만들때 반드시 2차 병발효를 하는 이유랍니다. 이런 양조방식을 트레디셔널 메소드(Traditional method·전통방식)라고 합니다. 전에는 샹파뉴 메소드(Champagne Method)라는 표현도 사용했는데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상파뉴 지역 외의 스파클링 생산자들이 레이블에 샹파뉴는 크게 쓰고 메소드는 작게 표기해서 샴페인과 착각하게 만드는 편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요즘은 트레디셔널 메소드로 통일해서 쓰고있다는군요.
병목에 모여진 샴페인 효모 찌꺼기

반면, 이탈리아나 독일의 스파클링은 대부분 2차 발효를 대형 가압식 탱크에서 진행하는 샤르마(Charmat)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버블이 크고 거친 편입니다. 이런 공정을 개발한 위젠 샤르마(Eugene Charmat)의 이름을 따서 샤르마 방식이라고 부른답니다. 당연히 생산단가가 훨씬 낮습니다.

샴페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1∼2주의 2차 발효가 끝난 뒤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기간을 거치는데 보통 2년이 걸리고 빈티지 샴페인은 3년을 숙성합니다. 쉬르리(Surlee)라고 부르는 이 과정에서 샴페인 특유의 구수한 빵이나 갈변된 사과향, 견과류의 풍미가 만들어집니다. 
샬로 따누 샴페인 하우스 전경

샴페인 생산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눠져요. 다른 생산자의 포도나 베이스 와인을 구입해 대규모로 샴페인을 만드는 네고시앙 마니쁠랑(Negociant Manipulant ·NM)과 자신이 직접 기른 포도만 사용해 소규모로 생산하는 레꼴땅 마니쁠랑(Recoltant Manipulant· RM)입니다. LVMH 그룹에 속한 뵈브 클리코, 모엣 에 샹동과 폴 로저, 떼땅져, 루이 로더레, 멈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샴페인들이 바로 NM입니다.

RM 생산자들은 자기 포도를 95% 이상 사용하는데 생산 비용에 연연하지 않고 숙성을 규정보다 훨씬 더 길게하면서 장인 정신으로 최고의 샴페인을 빚는 이들이 많답니다. 바로 샤를 따누가 이런 RM을 이끄는 떠오르는 혁신적인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뱅썽 샬로(Vincent Charlot)는 제롬 프레보(Jérôme Prévost), 다비드 레끌라빠(David Léclapart), 율리스 꼴랑(Ulysse Collin), 엠마뉴엘 브로시에(Emmanuel Brochet) 함께 샹파뉴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대표 주자라 꼽히지요. 샤를 따누 하우스에서 뱅성 샬로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샤를 따누 하우스는 샴페인 명가 조르쥬(George Laval)가 있는 꾸미에르(Cumiere), 돔페리뇽(Dom perignon)이 있는 오빌레(Hautvillers)와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샤를 따누 샴페인은 현재 아베크뱅을 통해 국내에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샬로 따누 샴페인 베이스 와인들을 저장하는 셀러

그의 천재성은 포도즙 사용에서 잘 드러납니다. 압착하기전에 자연스럽 흘러나오는 첫번째 포도즙은 뀌베(Cuvee), 부드럽게 압착해서 짜낸 두번째 포도즙은 따유(Taille)라고 합니다. 보통 샴페인 생산자들은 최고의 샴페인을 만들때는 대부분 뀌베를 사용하죠. 하지만 샬로는 정반대로 따유를 80%, 뀌베를 20% 사용합니다. 여기서 샤를 따누 샴페인의 개성이 도드라지게 됩니다. 바로 포도껍질과 씨앗 덕분입니다.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폴리페놀과 탄닌은 포도의 껍질과 씨앗에 많이 포함됐는데 견과류 등 여러 복합적인 향을 내는데 필요하죠. 하지만 압착할때 씨앗까지 우러나면 쓴맛이 많이 나기 때문에 보통 샴페인 하우스들은 뀌베를 사용합니다. 샬로는 늦수확을 통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그는 다른 생산자들보다 포도 수확을 늦게해 씨앗까지 잘 익을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런 포도의 따유를 사용하기때문에 그의 샴페인은 NM 샴페인에서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샴페인의 개성이 뚜렷하고 풍미가 좋아 전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내고 있답니다. 샴페인은 그해의 포도로 만든 빈티지 샴페인과 여러해 빈티지를 섞은 넌빈티지 샴페인으로 구분하는데 그는 이처럼 최고의 포도만 선별해서 샴페인을 빚기 때문에 그의 샴페인은 모두 빈티지 샴페인이랍니다. 
샬로 따누 샴페인들
샬로의 포도밭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친환경적인 포도를 재배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즙을 다 짠 포도를 다시 밭에 뿌려 거름으로 활용하고 자연 효모만 사용하고 화학적인 물질을 전혀 쓰지않는 100%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으로 자연주의 샴페인을 만들어 냅니다. 그는 살균작용을 하는 쑥국화, 나비와 벌을 막아주는 라벤더를 비롯한 야생딸기, 제비꽃, 야생당근을 포도밭에 함께 심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않고 친환경적으로 포도를 생산합니다. 또 포도 한그루당 보통 샴페인 3병이 생산되는데 뱅썽 샬로는 한그루에 1병만 나올 정도로 응축된 포도를 사용한다는 사실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장인 정신이 뛰어난지 알수 있습니다.
엑스트라버겅(왼쪽)과 로 데 바세스 론스

더구나 많은 NM 생산자들이 뾰족한 산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젖산발효(말로라틱 퍼먼테이션· Malolatic Fermentation)하는데 뱅썽 샬로는 이를 절대 안합니다. 불순물을 걸르는 정제도 하지 않는답니다. 모두 다 걸러버리면 샴페인이 숙성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아무런 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죠. 또 산화를 방지하는 아황산염도 최대한 적게 쓰는데 그가 빚는 샴페인 엑스트라버겅(Extravagant··괴짜)은 이마저도 전혀 하지 않아 와인 이름대로 ‘괴짜’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엑스트라버겅은 2011년이 첫 빈티지으로 614병을 생산했는데 2015년에는 300병에 불과하고 2016년에는 기후가 안좋아 아예 생산을 하지 못했을 정도로 소량생산하는 샴페인입니다.

엑스트라버겅은 발효만 11개월이나 거치고 병숙성은 42개월을 거칩니다. 오크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떼른에서 13∼15년 사용한 오크통을 구매해 사용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샤를따누 뀌베 엘리야

뀌베 엘리야(Elia)는 기본 60개월 병숙성을 하는데 1998 빈티지는 무려 19년, 2001은 16년이나 병숙성을 거친 뒤에서 올해 데고르즈망으로 했으니 뱅썽 샬로가 얼마나 까다롭게 샴페인을 세상에 선보이는 알수 있네요. 효모찌꺼기를 빼내고 손실된 와인과 당을 보충하는 도사주는 3g만 하기 때문에 아주 드라이한 샴페인이 탄생됩니다.
샤를 따누 끌로 데 뿌티

끌로 데 뿌티(Clos des futies)는 0.18ha으 아주 작은 포도밭에서 나오는 포도로만 빚는데 이국적인 향과 산뜻함이 돋보입니다. 포도밭 위에 부싯돌이 많아 훈제된 연기계열의 향이 포도에 깃든다고 하네요. 연간 2400병 정도 생산하는 샬로 따누의 최상급 샴페인으로 병뚜겅이 아닌 코르크로 막아 5년의 병숙성을 거칩니다.
로 데 바세스 론스
로 데 바세스 론스(L'or des basses ronce)는 바세스 론스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100%으로 만드는 블랑드블랑 샴페인입니다. 분필 90%로 이뤄진 토양으로 미네랄이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연기(Fumée) 향으로 변하기 때문에 향신료를 곁들인 생선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세밀한 포도밭 관리도 개성있는 샴페인을 생산하는 원천입니다. 그는 샹파뉴의 뛰어난 포도밭 아이(Ay), 보시엔(Vauciennes), 에페르네(Epernay), 마르데이(Mardeuil), 무지(Moussy), 피에리(Pierry)의 포도밭을 16구획으로 나눠 땅의 특징에 맞는 포도품종을 심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16개의 특징이 뚜렷한 포도를 생산하고 있답니다. 

샹파뉴(프랑스)=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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