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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오후 8시에 본회의… ‘저녁·주말이 없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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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1 19:01:29 수정 : 2017-09-01 1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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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업무보고에 앞서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회에서 월요일에 회의를 열면서 자료를 요구하니까 그 준비를 일요일에 해야 한다더라”고 했다.

‘저녁·주말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걸고 ‘칼퇴근법’ 도입을 공약한 문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주말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국회에 월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 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같은 시각 국회는 오후 8시 본회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6 회계연도 결산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정기국회 시작(9월1일) 전에 끝내야 하는 국회법에 따라서다. 그러나 오후 8시까지 본회의를 기다리는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꼼짝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 탄식이 터져나왔다.

여야 대치로 결산안 의결이 진통을 겪을 것이 예상돼 보통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를 아예 오후 8시로 잡았다는 것이 여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니나다를까 여야 대치 끝에 본회의는 오후 9시가 다 돼서야 열렸고, 결산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가 양보와 타협을 통한 합의는커녕 시간만 축낸 셈이다. 여야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2004년 조기결산제를 도입한 이래 결산안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11년이 유일하다. 책임에 여야가 따로 없다. 
박영준 정치부 기자.

같은 시간 국회의원 보좌진이 일하는 의원회관 건물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의원실마다 9명의 보좌진이 근무를 한 것으로 치면 이날 본회의를 위해 2700명의 보좌진이 야근을 한 셈이 된다. 국회 사무처 직원 등 국회 관계자, 필자를 포함한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의원회관에서는 본회의가 오후 10시를 넘겨 끝나자 “밤샐 줄 알았는데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공허한 이유다.

이틀 전 백발의 여성 기사님의 택시를 타고 국회에 출근할 때다. 기사님이 국회 본청에 필자를 내려주며 불쑥 “국회만 들어오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고 했다. “법 안 지키는 도둑놈들만 그득하다”는 것이다. 1일 새 정부에서의 첫 정기국회가 개회했다. 국회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할지 모르겠다. 기사님의 일갈을 대신 전한다.

박영준  정치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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