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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이른바 ‘김명수 비토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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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3 21:47:34 수정 : 2017-09-03 21: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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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일각 김 후보 지명 ‘파격’ 평가
말 속엔 놀라움 외 우려도 담긴 듯
파격론, 고질적 출신·서열 의식서
비롯된 지적이라는 점에서 문제
민주공화정은 무엇으로 무너지는가.

3권 분립을 주창한 몽테스키외는 저서 ‘법의 정신’에서 조국애와 평등애라는 ‘덕성’이 사라질 때를 지적했다. 특히 정치가들의 야심과 탐욕을 우려했다. 즉 “이 덕성이 소멸되면 야심은 받아들일 만한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탐욕은 모든 마음속에 들어간다”며 말이다.


김용출 사회부 차장
국회 인사청문회(12∼13일)를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쏟아내는 여러 비판과 우려를 보며 몽테스키외를 떠올렸다.

그들의 주장이 합리적인 것도 많지만 때론 과도하거나 불순한 의도도 엿보여서다. 비판 또는 비토론의 프레임 또한 다양하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지명이 “파격”이라고 평가한다. 말 속에는 놀라움뿐만 아니라 우려도 절반쯤 담긴 듯하다. 이른바 ‘파격론’. 그가 대법관 출신도 아닌 데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무려 13기나 낮다는 게 핵심이다. 58세라는 ‘젊은’ 나이도 한자락 더해진다.

하지만 비대법관 출신이라는 건 당초 유력했던 박시환·전수안 전 대법관 등이 고사, 불가피해진 상황을 간과한 주장이다. 기수가 낮다는 우려 또한 그보다 7, 8년 후배 기수의 대법관이 있는 데다 앞으로 제청될 대법관은 대부분 후배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고려하면 과도해 보인다. 파격론은 근본적으로 고질적인 출신 및 서열 의식에서 비롯된 지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좌편향 코드론’이 난무한다. 자유한국당은 “좌편향 코드 인사”라고 비난했다. 같은당 소속인 국회 법사위원장 권성동 의원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 받는 사람”이라 거들었다. 너무 진보 편향이라는 거다.

판결로 세상과 말하는 판사로서 그가 내린 판결을 보면 꼭 진보 편향이라고 몰아붙일 일만도 아닌 것 같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오송회’ 사건 피해자 배상판결이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노조 유지 결정 등도 나름 합리적인 근거가 적지 않아서다.

특히 비토론의 정점엔 진보적인 연구회 출신이라는 게 자리한다. 이른바 ‘사조직 출신론’이다. 김 후보자가 회장을 역임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사법부 내 하나회”(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고 부른다. 그가 ‘우리법연구회’ 및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 측이나 상당수 판사들은 연구회 출신이라고 곧바로 특정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로 낙인찍는 건 잘못이라고 맞선다. 연구회는 엄연히 대법원 산하 연구회로 공식 등록돼 있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480여명이 공개 활동 중이어서 군 사조직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거다. 더구나 양 대법원장도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지만 사조직 출신 비판은 없었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될 때마다 나오는 뻔한 레토릭에 주목하자는 건 아니다. “성품이 부드럽고 소탈하다” “법리에 밝고 치밀하다” “배려심이 깊고 너그럽다” 등등의 뻔한 수사가 실제와 얼마나 동떨어진지를 잘 알고 있어서다. 다만 ‘김명수 비토론’은 나름 근거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부 맞는 건 아니라는 거다. 더구나 근저엔 “정치적 논리와 유불리에만 몰입”(전 전 대법관)했거나 정치공학적으로 제기된 혐의도 있어 불온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관점과 프레임으로 김 후보자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할까. 대안은 바로 생각나지 않지만 국민 중심의 관점과 프레임이 먼저 떠오른다.

헌법도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27조 1항)거나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제103조)고 규정하지 않는가.

그래서 김 후보자가 지난달 대법원에 와서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재판만 해 온 사람”이라고 한 말이 더 울리는지 모르겠다.

몽테스키외는 덕성을 잃은 정치가들의 야심과 탐욕이 어떻게 공화국을, 법을 배신하는지를 계속해 설명한다. “욕망은 대상을 바꾼다. 그래서 인간은 사랑하던 것을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된다. 그전에는 법에 의해 자유로웠으나, 이제는 법에 대해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고.

김용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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