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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문재인정부 신북방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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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4 23:33:29 수정 : 2017-09-04 23: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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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고비마다 등장한 러시아 / 북핵·극동지역 개발로 재부상 / 푸틴 신동방정책과 접점 찾아야 / 새 공간 향한 ‘기회의 창’ 열릴 것 조선과 러시아가 처음 만난 곳은 전장이었다. 총포로 무장한 러시아인들이 청나라 흑룡강 일대로 넘어와 분쟁을 일으키자 청나라는 조선 화승총부대 출병을 요구했다. 조선은 1654년과 1658년 나선정벌에서 큰 전과를 올렸다. 실학자 홍대용은 ‘담헌연기’에서 “대비달자(大鼻獺子)는 아라사이며 몽고의 별종”이라며 “코가 크며 흉악하고 사나워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나선·대비달자·아라사가 러시아다. 머나먼 곳의 이민족이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러시아는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청나라에게서 연해주를 넘겨받아 우리와 국경을 마주하게 되자 끊임없이 통상을 요구하다가 1884년 조·러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 그후 한반도 역사의 고비마다 고개를 내밀었다. 1896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 들어간 1년간 조선의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1905년 러일전쟁 패배와 러시아혁명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1945년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해 군정을 실시했다. 다시 한동안 잊혀졌다가 1988년 출범한 노태우정부가 탈냉전 기류를 타고 북방정책으로 대공산권 외교의 물꼬를 트자 1990년 한·소 수교가 이뤄졌다. 그후 역대 정부는 한·러 경협 프로젝트의 급조와 폐기를 반복했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지금 러시아 극동지역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극동·시베리아 동토가 인간 거주지역으로 바뀌고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때맞춰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점이자 북극항로 연결 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아시아를 향한 창’으로 만들려는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신동방정책의 플랫폼으로 삼고 연방정부 부처로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극동지역에 경제특구인 선도개발구역과 물류특구인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이 조성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일본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신북방정책 비전을 천명한다. 러시아 극동지역 등 유라시아와의 경제협력 활성화가 골자다.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5개국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한·러 자원개발 협력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신북방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했다. 러시아통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회에는 기획재정부·외교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참가한다. 이 위원회가 러시아 극동지역 등에서 한국의 경제지도를 새로 그려낼 것이다.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는 신북방정책 구현을 위한 협의체로 기능하게 된다. 러시아 신동방정책에 신북방정책이 맞물리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정세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두 정상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정부는 한·미동맹의 대북 공조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한반도 주변 4강의 일원인 러시아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북한 핵개발에 관여한 러시아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 나아가 한·중·러, 한·일·러의 3각 협력구도를 발전시켜 외교·경제 네트워크를 다변화·중층화하면 우리 입지를 넓힐 수 있다.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가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 비전만 앞세워서도 안 된다.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현실에 맞추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북한문제와 미·러관계 등을 감안한 행보 조절도 필요하다. 9월30일 한·러 수교 27주년을 맞는다. 시선을 북방으로 돌려볼 만한 때다. 우리에게 러시아 극동지역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향한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 더 이상 러시아를 머나먼 나라로만 인식해선 안 될 일이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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