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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양심 있는 진짜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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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6 23:07:51 수정 : 2017-09-06 23: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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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많은 대체복무 신중해야 / '가고 싶은 군대’ 세상에 없어 / 대체복무 ‘양심’ 누가 판단하나 / 병역의무 장병 사기도 생각해야 “네가 까까머리에 썼던 모자를 써 봐. 입영식 하던 날 네가 썼던 우산을 펼쳐 봐.… 네가 먹다 남기고 간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셔 봐.”

소설가 김별아씨가 얼마 전 입대한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아 ‘스무 살 아들에게’란 책을 펴냈다. 군대라는 낯선 벌판에서 홀로 적응해야 하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텅 빈 집에서 아들이 즐겨 듣던 노래, 좋아하던 음식 등 사소한 일상을 떠올리며 애면글면한다. ‘엄마도 너와 함께 새로운 21개월의 삶을 꿋꿋이 살아내겠다’고 다짐한다.

요즘 주변 선배·동료 아들의 입대 소식을 자주 듣는다. 한 선배는 체력이 약한 아들이 걱정돼 헬스클럽에서 몇 달간 트레이닝을 시켜 군에 보냈다고 한다. 한 지인은 입대를 하루 앞둔 아들의 자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어지러운 마음을 토로해 왔다. 자신들의 군시절 고생했던 경험이 떠올라서다. 훈련과 철책근무가 힘든 것은 기본이었다. 졸병 때는 ‘한따까리(단체기합)’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별난 선임의 갖은 괴롭힘을 다 받아내며 제대날짜만 손꼽았다.

흔히 “요즘 군대가 군대냐”는 얘기가 있지만 현역 입장에선 그때나 지금이나 군생활이 ‘빡센’ 것은 변함이 없다. 최근엔 상관 갑질문제와 크고 작은 구타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군에선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특히 힘든 건 사회와의 단절이다. 소설가도, 기자도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 입장에선 걱정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박태해 논설위원
무엇보다 군대는 전쟁에 대비한 조직이다. 군에 간다는 것은 전사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달 18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정수연 상병이 사고로 숨졌다. 해마다 27만명의 장정이 입대한다. 그중 150여명은 정 상병처럼 살아서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게 군 복무자들의 현실이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법무부도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제3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보고서를 통해 “대체복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군 가족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대체복무를 다룬 언론기사마다 “누구는 군대 가고 싶어서 가냐. 총 들고 싶어서 총 드냐”는 댓글이 잇따른다. “(거부자들은) 총을 들게 하는 대신 지뢰제거에 투입해야 한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얼마 전 “병역거부자를 양심적이라고 하면,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다수가 ‘비양심적’이라고 오해될 수 있다”고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종교신념적 병역거부자’로 불러야 한다고 하자 군복무자들이 환호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최근 하급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무슨 기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릴지, 대체복무위원회를 만든다면 위원들이 시비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판정할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근래에 국방의 의무에 대한 장병들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우려스럽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2016년 장병 의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의 의무가 당연한 의무’라고 응답한 장병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국방의 의무를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는 장병도 3명 중 1명꼴이다.

둑이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세상에 군대에 가고 싶어 가는 젊은이는 아무도 없다. 국민 된 의무이기에 인생의 가장 푸른 시기를 국가에 내놓는 것이다.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의 불안과 걱정이 더하다. 국가 부름에 묵묵히 응답한 ‘진짜사나이’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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