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타워]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마크롱

관련이슈 세계타워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9-10 21:17:46 수정 : 2017-09-10 21:17: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구세주’ 칭송 받으며 당선됐지만
취임 4개월 만에 지지율 반 토막
집권 초기 성장통일 수도 있지만
본래의 ‘생얼’ 드러난 것일 수도
불과 4개월 만에 그가 이런 숫자로 묘사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젊고 의욕이 넘치고 인기도 많아 오랫동안 말 그대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사람들의 기대는 컸다. 결혼 과정도 드라마틱해 사연 절절한 ‘순애보’로 그려져 그것조차 막강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순식간에 그는 위기에 빠져있다. 멋과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허리케인급 돌풍’을 일으켜 ‘나라의 구세주’라는 극찬까지 받으며 정권을 거머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얘기다.

숫자는 그가 처한 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는 창당 1년도 안 된 원외 신생정당 앙마르슈 소속으로, 60년 넘게 프랑스 정계를 양분해온 공화당과 사회당을 제치고 집권하면서 개혁정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지자들은 중도와 실용주의를 표방한 그가 프랑스 정치·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켜주길 염원했다. 그랬던 그가 취임 4개월 만에 지지율 반 토막이라는 현실과 마주쳤다.


이상혁 국제부 선임기자
마크롱이 지난 5월7일 대선 결선에서 얻은 득표율은 66%. 취임 이후 국정 지지율은 하향 곡선을 그렸고 6월 43%, 7월 36%에 이어 최근에는 30%로 주저앉았다. 선출직 경험 없이 서른아홉 나이로 대권에 오른 그이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로 변했다. 이런 식이면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으로부터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물려받게 될 처지다. 올랑드는 그래도 취임 100일 당시 지지율이 46%나 됐었다.

그는 분명 ‘태생적 한계’가 있긴 하다.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후보 마린 르펜을 막기 위해 좌우파 유권자들이 마크롱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런 까닭에 그의 득표율에는 ‘허수’가 많다. 유권자들이 더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닌 덜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지지한 결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가 타고난 복일 수 있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그가 보여준 ‘일방주의’가 문제였다. 좋게 말하면 ‘뚝심’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독선과 독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가 ‘독단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주피터’ 스타일의 리더라고 부르는 마크롱에게 사람들이 당초 기대했던 모습은 희미해졌다.

일방 독주의 국정 운영 방식은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재정적자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국방예산 삭감을 밀어붙이면서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라고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군 최고위 장성인 합참의장이 사임하는 사태까지 초래됐다. ‘젊은 꼰대’라는 질타가 쏟아지며 국민의 호감은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제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정부가 주택수당을 월 5유로씩 삭감하겠다고 발표하자 주요 지지층인 20∼30대까지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 학생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마크롱의 일방주의는 유럽 정치무대에도 골칫거리로 손가락질 받는다. 난민 문제 등에서 독단적인 태도를 취하고 핵심 파트너 국가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부인에 대한 공식적인 ‘영부인’ 지위 부여 계획은 30여만명의 청원서명 운동 등 안팎의 거센 저항 끝에 철회로 결론이 났다.

우리는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에 만취한 정권의 일방독주 예를 수없이 경험해왔다.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지지율이 높다는 그 이유 하나에만 기대어 일방적으로 독주하다 보면 끝내 실패한 정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국민은 반복되는 실수와 어설픈 ‘쇼’를 보면서 정권이 ‘꽃길만 걷도록’ 참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만 구축하려는 것까지 시간이 흐르면 많은 이들을 짜증 나게 만든다. 본질적으로는 독단적인 리더면서 겉으로는 자기홍보에 열중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크롱의 지지율 급락은 집권 초기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독단과 독선을 통해 이미지를 창출하고 능력 부족을 메우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 자신의 ‘생얼’(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진짜 민심’을 오랫동안 사려면 능력과 진심이 그 어떤 만들어진 이미지와 이벤트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위기에 빠져 있는 마크롱에게 노무현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오만과 자만이다.”

이상혁 국제부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