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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핵무장’ 시동 거는 일본 / 전면화된 동북아 핵 도미노 / 언제까지 ‘비핵화’ 부여잡고 / 질곡의 역사 기다릴 건가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평화헌법? 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평화를 소중히 여기기에 붙인 걸까. 평화를 사랑하라고 붙인 걸까. 일본은 무(武)를 숭상한 나라다. ‘사무라이의 나라’라고 한다. 사무라이라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만 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놓고 보면 싸움을 마다한 적이 없다.

왜구(倭寇).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겼다. 얼마나 흉악했던지 여말선초 해안 지역에는 사람이 살기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때만 그랬을까. 삼국사기 책장을 넘기면 왜구는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 남풍이 부는 음력 4월에 주로 몰려왔다. 한반도만 당했을까. 중국 연안, 동남아까지 몰려가 노략질했다. 임진왜란은 연장선상에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 그런 기질은 또 나타난다. 청일전쟁. 최신예 철갑함으로 무장한 청의 북양함대를 서해에서 수장했다. 러일전쟁. 이번에는 무적 발트함대를 대한해협에서 쳐부쉈다. 이어 벌어진 한일병탄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일본은 전쟁으로 단련된 나라다. 우리와는 다르다.

평화헌법 체제 71년.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일까. 그럴 리가. 달러 기준 국내총생산(GDP), 미국-중국-일본 순이다. 일본은 2010년 중국에 추월당해 세계 3위다. 중국이 클까, 일본이 클까. 중국의 뻥튀기 통계와 일본의 엔저 정책. 중국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 제국주의 전쟁을 벌인 일본, 그들 눈에 중국은 큰 나라가 아니다.

북핵이 촉발한 동북아 핵 위기. 일본은 어찌 대응할까. 일본을 보면 미래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강호원 논설위원
미 NBC 보도. “백악관이 한·일 핵무장 용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 핵 공격 위협을 받는 미국. 가만 있을 수 없다. 왜? 북한만 문제가 아니다. IS(이슬람국가), 탈레반과 손잡으면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는 종말을 고할 수 있다. 수천개 핵탄두를 가지고도 상대를 어쩌지 못하는 종이호랑이로 변할 수 있으니. 북핵은 핵 기득권을 공유하는 중·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으로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나를 종이호랑이로 만들면 너도 종이호랑이가 돼야 한다.” 한·일 핵무장 용인은 이이제이(以夷制夷)에 이이제이로 맞서는 전략이다.

일본의 핵무장. 처음 나온 말일까. 아니다.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후쿠이대학 교수가 6일 산케이신문에 쓴 글. “8년 전 일본 국가기본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의 방미 때 일본 핵무장론이 제기됐다.” 오래전부터 오간 이야기다. 글은 이어진다. “일본 핵무장이 대중국 카드라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중국은 일본의 핵미사일 개발을 가장 두려워한다. … 독자적인 핵 보유에 나설 경우 선제 사용을 금하는 ‘지중관통형’에 특화하는 것이 유력한 옵션이다.”

한·일 핵무장은 어느 나라를 두고 하는 말일까. ‘독자 핵무장’은 일본에 무게를 둔 것 같다. 왜? 일본은 미국과 가깝다. 푸들과 같은 존재다. 친미를 의심받는 우리 정부와는 다르다.

중국이 미국 뜻을 받아들이면 일본은 핵무장을 멈출까. 성공하든 실패하든 핵무장을 한다. 왜? 역사적 흐름이 그렇다. 북핵과 중·일 갈등, 위기는 커지고 있다. 산처럼 쌓은 일본의 부, 지킬 것이 많다. 롯카쇼무라 핵처리시설의 플루토늄과 우주선을 쏘는 기술력, 핵미사일 제조는 식은 죽 먹기다. ‘무서운 푸들’은 이미 핵무장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스라엘처럼. 그러니 중국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한반도 비핵화? 흘러간 유행가다. 중·북이 30년 가까이 간 이이제이의 칼을 이제 미국이 갈고 있지 않는가. 동북아 역사는 핵무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한반도 비핵화 구호는 사라질까. 아닐 것 같다. 왜? 북핵은 뿌리 뽑아야 할 종양이며, 열강에게 남북한은 핵 기득권을 공유할 대상이 아닌 탓이다. 그런 까닭에 ‘전술핵 재배치’ 말만 요란한 것 아닐까. 일본과는 분명 다르다.

그러기에 우리나라는 더 위험하다. 비핵화가 천부(天賦)의 사명이라도 되는가. 그것을 용인하는 순간 핵무장 한 신패권주의와 북핵 위기 속에 ‘질곡의 운명’을 되밟게 되지 않을까.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 우리의 운명은 벼랑에 서 있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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