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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교육부 국민 신뢰 회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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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4 21:17:53 수정 : 2017-09-14 21: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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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교육부가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제로’를 발표한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담당 국장은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불허 이유로 “당초 영어교사 부족 문제는 정규 교원 확대를 통해 해결되어야 했다”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지적을 언급했다.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정부 정책을 믿고 이 제도에 편입한 분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장면 둘. 지난 8일 고위 퇴직공무원들의 재취업 실태를 취재하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한 공공기관장과 통화했다. 교육부에서 실장까지 지냈던 그는 사표가 수리된 당일 해당 기관장에 취임했다. 에둘러 ‘퇴직과 동시에 재취업하는 교육부 고위공무원들 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있다’고 전하자 “이곳은 교육 당국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곳”이라며 “기관마다 특성이 있는데 똑같이 ‘교피아’(교육부+마피아)로 불리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장면 셋. 문재인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1년 유예’ 결정이 공식화한 지난달 31일. 교육부 담당 실·국장은 개편 유예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 신설되는 ‘대입정책포럼’을 설명했다. 대입정책포럼은 정책을 입안하는 협의체가 아닌 교사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일 뿐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안을 만들 테니 의견만 내라는 식의 불통과 아집이 느껴졌다.

가끔 교육부 해체론이나 실무진 문책 주장이 과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 2012년 ‘모든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장관에 맞서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고 끝까지 버틴 팀장이 떠오른다. 오만한 관료?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을 따지는 기자에게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선 안 된다”며 1시간 동안 설득한 국장이 있다.

문제는 교육 공무원들의 이 같은 소신과 노고가 국민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실 교육부가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준 게 거의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교육부 실·국·과장 누구 한 명이라도 직위를 걸고 ‘상식과 원칙에 어긋난다’고 항명했다면 수십억원의 혈세 낭비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교육회의 구성에 있어, 전교조 재합법화 논의에 있어,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 과정에서 부총리에게 합리적 수준에서 정책 추진의 득실을 설명한 고위공무원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교육부는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저명 언론인 피터 바티아는 “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뉴스룸의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명성 제고가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비단 언론만의 문제일까. 교육부가 그간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비판을 수용할 때야 비로소 교육개혁을 향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나 싶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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