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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악마의 유혹 피노 누아 와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9-15 06:00:00 수정 : 2017-09-15 14: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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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리 서밋 피노 누아 와인.
“신이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었고 악마가 피노 누아를 만들었다”.

미국 나파밸리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안드레 첼리체프가(Andre Tchelistcheff)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의 캐릭터는 정반대랍니다. 정장을 잘 차려입은 도시 남성 같은 캐릭터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포도 알이 굉장히 작아 송이에 듬성듬성 느슨히 달려 바람이 잘 통하죠. 반면 피노 누아는 껍질이 얇은데다 포도알이 다닥다닥 달려 있어 비가 와서 습기가 차면 곰팡이 쉽게 생겨서 재배하기 매우 까다로운 품종입니다. 더구나 더운 지역에서 키우면 딸기잼처럼 푹 퍼져버리죠.

따라서 재배하기 힘들어도 서늘한 지역에서 천천히 키워야 제맛이 납니다. 색은 투명하고 탄닌이 약하며 산도는 비교적 높게 나옵니다. 너무 서늘한 지역에서 키워 덜익으면 양배추나 토마토 잎사귀를 찢을 때 나는 비릿한 향기가 납니다. 하지만 잘 키우면 산딸기와 라즈베리 향이 좋은 청순한 여성 캐릭터를 갖게 되죠. 더구나 숙성이 잘되면 흙냄새, 젖은 낙엽, 가죽, 버섯향 같은 폭발적인 향들이 올라와 팜므파탈의 반전 매력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와인마니아들이 와인을 즐기는 마지막 단계에서 한번 피노 누아에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때문입니다. 마치 백만송이 꽃이 피어있는 화려한 정원에 서있는 환상을 부르는 악마의 유혹 같은 와인이죠.
아처리 서밋 아르쿠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포도밭 전경.

‘오리건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 아처리 서밋


피노 누아는 선선한 날씨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세적으로도 재배지역이 그리 많지 않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중 하나로 꼽히는 로마네 꽁띠가 생산되는 프랑스 부르고뉴가 가장 유명해요. 또 미국 의 소노마, 오리건, 워싱턴, 산타바바라와 칠레 카사블랑카밸리, 호주이 야라밸리, 모닝턴 펜닌슐라, 태드마니아, 뉴질랜드의 말보로, 센트럴 오타고 등이 뛰어난 피노 누아 생산지로 꼽힙니다.

피노 누아는 다른 품종을 섞지않고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피노 누아 한가지로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을 표현하고 싶다면 다양한 클론(변종)을 통해 맛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피노 누아는 변이가 상당히 잘되는 고대품종이라 이미 다양한 스타일의 클론이 존재합니다. 이를 이용하면 다양한 맛을 낼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지역 포도밭이라도 와인메이커의 솜씨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선택할때 반드시 생산자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죠.
​아처리 서밋 와인.

오리건은 미국의 대표 피노 누아 생산지인데 처음에는 피노 누아 생산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너무 추워서 피노 누아가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죠. 재미난 일화가 있답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 Daivs)는 온도대가 서로 다른 지역별로 재배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을 정리했는데 오리건은 와인 생산이 어려운 지역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한 학생이 피노 누아를 심어보겠다고 하자 교수들이 다 말려다는 군요. 그런데 그 학생이 오리건에 심은 피노 누아가 매우 잘자랐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리건의 온도는 낮지만 위도가 높아 한여름에 태양이 캘리포니아보다도 훨씬 길게 떠있습니다.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포도가 잘 익어간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죠.
아처리 서밋 와이너리 전경.

오리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인데 오리건에서 일조량이 가장 길고 일교차가 커 최고의 피노 누아가 생산됩니다. 오리건 피노 누아의 90%가 이곳에서 나올 정도죠. 아처리 서밋(Archery Summit)은 오리건 최고의 피노 누아 생산자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오리건에서 가장 부르고뉴 같은 피노 누아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로 오리건의 뛰어난 포도밭 6곳에서 최고의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포도밭 마다 특성이 달라 가장 최적화된 피노 누아 클론을 선택해 다양하면서 복합미가 뛰어난 포도를 생산합니다. 구체적으로 루니 빈야드(Looney Vineyard)는 해양 퇴적토로 신선한 과실 향이 인상적이죠. 레드 힐즈 에스테이트(Red Hills Estate)는 화산토로 남성적이면서 진중한 스타일이, 아르쿠스 에스테이트 (Arcus Estate)는 화산토로 가장 화사한 꽃 향이 특징입니다. 레니게이드 릿지 에스테이트(Renegade Ridge Estate)는 화산토로 가장 우아한 스타일이며 미네랄과 산도가 풍성하죠. 아처스 엣지(Archer’s Edge)도 화산토이지만 과일맛이 뛰어나고 가벼운 바디감이 특징입니다. 아처리 서밋 에스테이트(Archery Summit Estate)는 화산토로 흙냄새와 각종 버섯향이 많이 납니다.
아처리 서밋 와인메이커 엘레니 파파다키스.
최근 한국을 찾은 아처리 서밋 와인메이커 엘레니 파파다키스(Eleni Papadakis)와 함께 대표 와인을 테이스팅 했습니다. 그는 2008년에서 2011년까지 ‘도멘 서린(Domaine Serene)’ 와인메이커로 활약했는데 그가 빚은 피노 누아가 2016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싱글빈야드별로 와인이 생산되는데 생산량이 적어 현재 국내에는 2종만 WS통상을 통해 수입되고 있습니다.
아처리 서밋 아르쿠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아처리 서밋 아르쿠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Archery Summit Arcus Estate Pinot Noir)는 윌라멧 밸리에서도 핵심 지역인 던디 힐(Dundee Hills)에서 생산하는 싱글빈야드 와인입니다. 헥타르당 생산량을 3.75~4.375t으로 엄격하게 제한해 응집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 포도로 빚는답니다. 풍성한 라즈베리, 딸기, 신선한 체리향으로 시작되며 미네랄 풍미와 코코아, 각종 향신료, 라벤더 등 꽃향이 따라 옵니다. 
아처리 서밋 프리미에 뀌베 피노 누아.

아처리 서밋 프리미에 뀌베 피노 누아(Archery Summit Premier Cuvee Pinot Noir)는 윌라멧 벨리 6개 포도밭에서 재배 된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든 와인입니다. 제비꽃, 히야신스 등 꽃향과 초콜릿 파우더, 감초, 신선한 커피 콩, 자두 향등이 조화를 이룹니다. 또 즙이 많은 블랙 베리, 블랙 체리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가 다크 초콜릿 뉘앙스를 남깁니다.

아처리 서밋이 최고 퀄리티의 오리건 피노 누아를 빚는 것은 세심한 양조 때문입니다. 파파다키스는 “아처리 서밋은 오크통 생산자와 협업을 통해 각 포도밭 구획 별, 빈티지 별 특성을 고려해 오크통의 굽기도 세심하게 조절하죠. 줄기도 제거하지 않고 자연효모로 발효해 탄닌이 비교적 많고 스파이시한 풍미가 많이 담긴 피노 누아가 빚어집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발효과정에서는 오크, 스틸, 콘크리트등 3가지 방식의 발효를 모두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해 빈야드별로 어디에서 발효할지 와인메이커가 결정하죠. 콘크리트 탱크는 두꺼워서 온도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오크 발효는 자연효모의 영향을 극대화 시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탱크는 온도 조절이 쉽죠. 이는 아르쿠스 빈야드의 경우 활처럼 퍼져있어 방향이 다 다르기때문에 포도의 숙성 정도에 따라 모두 다른 온도로 발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아처리 서밋이 어떻게 부르고뉴스러운 피노 누아를 생산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아처리 서밋 자연 동굴 까브.

아처리 서밋은 파인 릿지 빈야드(Pine Ridge Vineyards)의 창립자인 로버트 개리 안드루스(Robert Gary Andrus)와 낸시 안드루스 덕혼(Nancy Andrus Duckhorn) 1993년 설립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입니다. 하지만 처음 생산한 1994 빈티지 와인이 당시로는 파격적인 가격인 50달러에 모두 판매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아르쿠스 에스테이트 1999 빈티지와 2005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5점을 받았습니다. 연간 1만4000 케이스를 생산합니다. 또 오리건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자연적으로 생성된 꺄브를 보유하고 있는데 부르고뉴 꼬뜨 도르의 까브들 처럼 화산암으로 이뤄져

와인보관 최적의 조건인 연간 섭씨 13~15도와 습도 75%이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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