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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이웃에서 고함소리 들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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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5 21:23:10 수정 : 2017-09-15 23: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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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고함치는 소리, 여성의 다급해보이는 소리, 곧이어 더해지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는 저녁 시간, 갑자기 현관문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웃집 부부 싸움인 듯했다. 이들 부부는 그들의 집 밖, 엘리베이터 앞 공동공간에서 ‘굉장한’ 소동을 벌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쩔 줄 모르고 집 안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이웃의 저 같은 소동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더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침 신랑도 집에 없던 때, 혼자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 화가 난 듯한 남성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소란은 계속됐다. 결국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을 취했다. 후에 들은 이야기는 누가 신고했는지는 모르지만 경찰이 출동했다고 한다.

어떤 사정인지도 모르고, 가정폭력 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는데 오지랖 넓게 이웃의 부부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아닌지. 적극적으로 나서 말려야 하나. 참견을 하지 않아 더 위험한 상황으로 악화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신고를 했다가 별일이 아니면 할 일 많은 경찰의 일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소동이 벌어지는 내내, 이후 며칠 동안 머릿속에 온갖 질문들이 떠다녔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답을 찾기 위해 경찰에 조언을 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신고를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물리적인 폭행뿐 아니라 지속적인 욕설, 방임 등도 포함된다. 스스로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나서주는 게 필요하다고 한다.

가정 내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외부에 손을 내미는 경우는 드물다. 2016년 여성가족부의 ‘전국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부부폭력에 대한 대응’ 질문에 ‘그냥 있었다’(66.6%)거나 ‘자리를 피하거나 집 밖으로 도망’(24.1%)갔다는 소극적 대응이 대부분이었다. 가족이나 친구,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가장 쉬운 신고 방법은 112에 전화하는 것이다. 부부싸움에 관한 신고 접수를 받으면 현장경찰과 여성청소년수사팀이 같이 출동한다. 가정폭력인지, 학대인지, 단순 싸움인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확히 폭력이 있었다고 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자, 피해자 모두에게 병원, 상담기관을 연결해준다. 부부싸움이 끝난 상황에 경찰이 도착했더라도 경찰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보고 상황을 판단해 대응한다.

단순 입싸움이었다고 해도 경찰은 부부에게 ‘피해자 권리 고지서’를 안내하고 추후에 폭력 등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대응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경찰이 자신의 가정 일에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심각한 폭력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웃에서 고함소리가 들릴 때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자. 조금만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용기를 내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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