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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칼럼] 한반도 위기의 ‘평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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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7 21:14:55 수정 : 2017-10-11 11: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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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위기, 한반도 평형 변화 초래 / 새로운 평형점에 다다르려면 / 양측 모두 핵자산 보유하거나 / 보유 후 동시 폐기 가능성 거론 얼마 전 인도 뭄바이 학술회의 도중에 초청자인 인도 교수가 한반도의 위기 상황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인지 잠깐 당황했다. 수십년간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겪으며 몸에 익은 관성 탓일까. 서아시아 사람들이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에 보이는 긴박감이 생경했다. 그날 이후에도 여러모로 배려해 주는 게 부담스러워서 내내 어색하게 지내다 돌아왔다. 해외에 가면 한반도 위기에 대한 우리의 무덤덤함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안보 불감증이라는 말조차도 진부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가장 못 느끼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어떤 문제가 생겼지만 당사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흔히 ‘고착상태’라고 표현한다. 한쪽에서 먼저 변화를 시도하면 무조건 손해 보는 상황이 연출되므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그래서 지금이 일종의 평형상태가 된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를 수학에서는 ‘내시평형’이라고 하는데, 게임이론의 주요 개념이다. 경제현상의 분석에 많이 쓰이는 게임이론은 경제학의 한 분야로도 간주되지만, 기본적으론 바둑이나 체스와 같은 게임의 승리전략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이다.

폰 노이만이나 영화 ‘뷰티플 마인드’로 잘 알려진 존 내시 같은 수학자들이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내시는 이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았다. 특이하게도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요 멤버였으며, 최초의 수소폭탄 개발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폰 노이만과 게임이론의 대가인 폰 노이만은 동일인이다. 게임이론뿐 아니라 수학의 거의 전 분야에 달통해서 ‘보편가’라고 불리는 노이만은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경험한 탓에 전쟁 억지를 위한 무기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뭄바이에 다녀온 뒤에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북한은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하는 6차 핵실험을 감행하더니 다시 일본 상공을 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 그리고 이를 실어서 멀리 보내는 탑재체라는 쌍두마차가 완성된 것이다.

우라늄처럼 무거운 원자핵이 가벼운 원자핵으로 갈라지면서 질량 결손이 생기고, 이 사라진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돼 쏟아지는 게 핵분열이다.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그래서 인간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으로 비유된다.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인체에 위해하기에 핵분열을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의 안전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연료라고 불리는 가벼운 수소 동위원소들을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 두면 합쳐져서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게 핵융합인데, 이 과정에서도 질량 결손이 생겨서 에너지로 변환된다.

플라스마 상태가 너무 고온 고압이라서 이를 안정적으로 담아둘 용기가 없기에 아직 핵융합 발전은 실현되지 못했다. 방사능 방출이 없는 핵융합 발전은 꿈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어서 관련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액체 이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핵무기는 폭발력은 크지만 너무 무거워 발사체에 탑재하는 게 불가능하다. 고체 연료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면 탄두로 탑재가 가능해지는데, 폭발력의 크고 작고보다는 경량화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다. 핵분열을 일으켜 초고온 고압상태를 만들어서 핵융합을 유도하는 게 열핵무기, 즉 수소폭탄인데 북한이 경량화까지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금의 핵위기 상황은 어렵게 유지되던 한반도 평형상태에 변화를 초래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통상의 게임이론 관점으로는 먼저 움직인 측이 손해를 보게 되지만, 수천 ㎞를 날아가는 미사일과 열핵무기 기술 같은 전략자산의 보유는 기존 내시평형의 조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평형점에 다다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양측 모두의 핵 자산 보유나 일시 핵 자산 보유 후에 협상을 통한 동시 폐기 같은 방안이 가능성으로 거론된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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