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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저질 식용유와 22년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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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8 21:22:20 수정 : 2017-09-18 21: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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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식품안전에 엄격한 법의 잣대 적용
한국, 행정처분이나 5년 이하 징역 그쳐
대만 최고법원이 최근 한 식품회사 회장에게 22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사장에게도 18년형이 내려졌다. 대만에서 식품 관련 재판 사상 최고형이다. 법원은 식품안전법 위반, 사기 등 285건에 달하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식품 안전에 대해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법적으로도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판결이다. 예상외의 중형에 충격을 받은 업체 회장은 자살까지 시도했다. 대만 언론은 식품 안전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다른 기업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중형을 선고받은 회장과 부회장은 식용유 제조업체 책임자였다. 저질 식용유를 제조 및 유통해 파문을 일으켰다. 2014년 가축사료, 음식찌꺼기 등에서 나온 기름과 돼지기름을 섞어 식용유를 제조했다. 대만 내 280여개 업체에 납품했다. 이 업체의 식용유를 사용한 대만 최고 라면제조업제도 불매운동으로 파산했다. 업체는 소독 및 정제 과정을 거쳐 인체에 무해하다고 강변했다. 하지면 법원은 독성이 없더라도 저질 제품을 판매한 것 자체가 범죄라고 판결했다. 징역형과 함께 판매 수익을 압류하고 거액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식품 안전과 소비자 보호의 흐름은 이제 세계적 현상이다. 피해와 손해 규모를 뛰어넘는 처벌과 배상을 적용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대표적인 법적 제도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한 나라는 영국이다. 1763년 영장 없이 압수 및 수색당한 출판업자가 소송에서 승리해 국가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아냈다. 현재 이 제도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법무부 통계국에 따라면 전체 손해배상청구소송 중 약 10%가 이에 해당한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했다고 판결나면 회사가 파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미국 업계는 제품에 약간의 문제만 발견돼도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 우선적으로 전량 리콜을 행한다.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해 입게 될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소송에 질 경우 제품 구매 비용 반환은 물론 병원비, 피해자 업무 중단 배상 및 정신적 보상 등을 해줘야 한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인 리콜을 단행한다. 작은 문제에도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서 일부 주 정부와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선을 두기도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만의 흐름이 아니다. 식품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하면서 중국도 2015년 식품안전법을 개정했다. 불법첨가물이 발견되면 바로 허가를 취소하고 판매 금액의 30배 벌금을 부과한다.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업체를 바로 영구 퇴출시키겠다는 취지다.

우리의 법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나 5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 때문에 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1만여건의 위반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배상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신고정신도 보다 투철해져야 한다. 대만의 저질 식용유 사건도 업체 공장의 폐수를 한 농민이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정부와 소비자 공동의 노력이 ‘살균제 계란,’ ‘E형 간염 소시지’, ‘대장균 햄버거’ 등의 사태를 막아낼 수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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