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니라고요?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9-18 21:22:44 수정 : 2017-09-18 21:32: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건 담배 아니에요.”

두 눈을 의심했다. 영화배우인 그는 카페에서 기자들 대여섯명을 앞에 앉혀 두고 인터뷰하던 중,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전자담배를 꺼내더니 아무렇지 않게 피우기 시작했다. 담배가 아니라며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흰 증기가 퍼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누군가 “네, 그럼요.(괜찮습니다)”라고 말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해치기 싫었던 나머지 기자들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넘길 수밖에 없었다. 종일 앉아 비슷한 말만 반복하다 보니 니코틴이 강하게 당겼던 것일까. 그는 이후 한 차례 더 전자담배를 피웠다.

김희원 문화부 기자
그땐 ‘전자담배의 유해성’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도 않았다. 그저 앞에 앉은 사람이 내게 묻지도 않고 담배를 피웠고 그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영화는 흥행했다.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그가 실내에서 거리낌 없이, 두 번이나 전자담배를 피우던 모습은 지금 떠올려도 화가 올라온다.

연초를 태우지 않고 찌는 방식으로 피우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행이다. 애연가들도 속속 전자담배로 갈아타고 있다. 죄인처럼 숨어 담배를 피우는 데 불만을 가졌던 어떤 이들은 해방이라도 맞은 듯 아무 데서나 맘껏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회사 부장이 사무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연기 냄새 안 나니까 괜찮다면서 계속 피우는데 어쨌든 흰 증기는 나오잖아. 냄새가 아주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전엔 흡연구역에서만 피우니까 몰랐는데 너무 보기 안 좋아.”

본지 지난 1일자 10면 ‘공공장소서 대놓고 뻐끔뻐끔’ 기사에 언급된 사례는 어떤가. “영화관 내에서 흰 연기(증기) 피어올라 특수효과인 줄 알았다”는 제보자의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냄새가 덜하면 담배가 아니다’, ‘냄새가 없으니 어디에서 피우던 남들이 용인해 줄 것’이라 착각하는 흡연자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추측하건대 피워본 사람들은 전자담배가 건강에 훨씬 덜 해롭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니 주변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비흡연자들이 보기엔 전자담배도 담배다. 담배의 유해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고, 전자담배 역시 마찬가지란 것은 각종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혀지기도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사는 “유해물질이 90% 이상 적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확실히 입증한 연구결과는 없다. 어쨌든 어떤 형태의 전자담배든 몸에 이롭지 않다는 건 확실하지 않을까.

‘맛’을 포기하고 전자담배를 선택한 애연가들 입장에선 제조사의 말을 믿고 싶겠지만, ‘전자담배도 해롭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며 비흡연자들의 인식이다. 따라서 담배든 전자담배든 주변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피우는 행위는 ‘폭력’일 수 있다. 전자담배로 바꾼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절반 이상은 ‘주위 사람들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흡연의 냄새 외에 많은 요소, 때로는 피우는 모습 자체도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그런 흡연자들이 이제라도 꼭 알았으면 한다.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것을. 담배와 마찬가지로 흡연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김희원 문화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