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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북한 핵보유는 NPT체제의 붕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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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8 21:22:40 수정 : 2017-09-18 21: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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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제어할 기회 놓쳤을까 염려
北, 핵보유와 ICBM체제 구축 땐
동아시아 세력 균형 핵폭탄 역할
초강대국 의미 마저 퇴색 가능성
북한은 지난 15일 또 사거리가 괌에 이르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더 이상 미사일의 종류나 사거리를 논하는 것은 ‘강 건너 불보기’식의 방관자적 태도이다. 전술핵 배치가 조야에서 거론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정치·외교적 옵션이 끝나면 한·미·일 세 나라가 공조하여 군사적 옵션으로 들어간다고 하지만 군사적 대응을 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동안 북 핵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주권국가적 대응자세를 찾기 어렵다.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행진은 결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체제 유지와 남북통일의 주도권을 위한 북한정권의 사생결단에 대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남한이 ‘남한 중심의 평화통일’을 구상하고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잡기 위한 술수와 간계로 시간을 버리고 있는 사이에, 북한은 역사적 도전에 핵무장으로 응전했고 이제 국제사회의 공인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북한의 핵보유는 남북통일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에는 핵무기 강국임을 선포하는 날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2012년에 핵보유국임을 천명했고, 2013년엔 핵·경제 병진정책을 선포했고, 2016년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지난 9월 3일 ICBM 수소탄 핵탄두의 성공을 과시했다. 설사 북한의 발표가 실제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목표 달성은 시간문제다. 북한은 이제 어떠한 계산과 술수와 회유와 공갈과 당근을 주더라도 결코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권교체에 따른 북한 핵정책의 비일관성, 중국의 남북한을 상대로 한 경제협력과 군사동맹 사이의 이중플레이, 그리고 남한 정권의 햇볕·회유정책과 강공책 등 종합적인 투 트랙(two track)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핵개발 스케줄을 줄기차게 강행했고, 이제 핵미사일 강국으로 등장할 날을 지척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는 죽을 각오로 임하는 국가세력을 어떤 강대국이라도 제패한 적이 없었음을 말해준다. 최근세사에서 월남전은 이를 잘 말해준다. 매일같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호들갑을 떨면서도 허송세월을 한 남한이 북한의 핵위협과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전술핵무기라도 재배치해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가 높다.

국제사회는 국가이익과 패권경쟁으로 북한을 제어할 기회를 놓친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트럼프 행정부도 군사적 조치를 한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여러 난관과 절차를 남겨두고 있고, 북한은 그동안 협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달아나고 있다. 북한이 만약 핵보유와 ICBM 체제를 구축한다면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은 물론 앞으로 세계사의 전개와 세계체제의 변화에 거의 핵폭탄 같은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5대 공식 핵보유국 이외에 핵을 만들지 못한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남한의 위기상황만이 아니라 세계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 세계대전을 촉발할 구조적·치명적 전쟁이 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를 핵 전쟁터로 만들면 결코 미국과 중국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부자 몸조심하는 식으로, 중국은 패권경쟁의 이빨로 북한을 이용하는 거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동아시아와 세계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두 공산국가인 중국과 북한은 인류의 재앙이 될지 모른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화를 진행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공산당체제이다. 핵 폐기를 요구하는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 북한이 여러모로 불편하겠지만 중국만의 공산당체제보다는 북한과 함께 가는 것을 내심 원할 것이다. 한반도는 지금 인류의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미국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면 핵우산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북한 핵을 막지 못하는 미국에 자국의 핵 방어를 맡길 수 없다는 여론에 직면하게 될 것임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일본의 보통국가론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위협이 되지 않게 하려면 조건부(북한의 핵 폐기와 함께 남한의 핵도 폐기한다)라도 핵개발이 허용되어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 남한과 일본의 국민들의 공포심은 점차 핵개발과 핵주권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미국의 핵우산은 도리어 핵 사슬이 되었다는 원성을 받을 공산도 크다. 이제 남한과 일본의 핵개발만이 북한의 핵보유를 안정적으로 무용하게 하는 최선책인지도 모른다. 동아시아는 핵무기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야 할 개연성마저 있다.

북한의 핵보유와 ICBM 개발은 장기적으로 NPT체제의 붕괴뿐만 아니라 세계를 패권경쟁의 터로 삼아온 초강대국의 의미마저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세계가 핵으로 망할지, 핵으로 평화를 유지할지는 인류의 지혜에 달려 있다. 북한은 전략적으로 핵군축을 들고나오면서 입지를 강화할 것임이 분명하다. 한반도와 한민족은 북한 핵무기로 흥망의 백척간두에 서 있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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