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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골프선수 딸’ 뒷바라지에 접었던 날개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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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9 20:55:58 수정 : 2017-09-19 22: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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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이정은 부친 이정호 / 장애인체육대회 2년 만에 출전 / 연신 ‘강 스매시’… 은메달 걸어 / 딸 4살 때 사고… 하반신 마비 / 10년 헌신… 딸은 ‘신인왕’ 보답 19일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 CLASS 3(선수부) 경기가 열린 충북 제천체육관.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탁구채를 연신 휘둘러 ‘강 스매시’를 날리는 중년의 선수가 유독 관중의 눈길을 끌었다. 듬성듬성 자라난 흰 머리가 세월을 말해주지만 끝까지 공을 놓치지 않는 눈빛은 여전히 매섭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출신 ‘잘나가는’ 딸 이정은(21·토니모리)의 아버지 이정호(52·전남연맹)다.

이정호(전남연맹)가 1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 CLASS 3 대전연맹과의 결승전서 공을 받아넘기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는 딸 뒷바라지 때문에 2015년 탁구채를 놓은 지 2년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경기 전 만난 이정호는 “딸에게 최선을 다해 꼭 입상해 달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 딸이 운동하는 아빠의 모습이 좋다고 늘 말한다”며 웃었다. 이정호도 한때는 2012~2013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복식 2연패를 거머쥔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골퍼 이정은의 아버지’로 더욱 유명하다. 지난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은 그해 신인왕을 거머쥐더니 올해는 시즌 3승, 상금 랭킹 1위(8억5500만원)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정호(오른쪽) 가족이 2015년 호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이 끝난 뒤 우승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은 선수 제공
잘 커준 딸이지만 이정호는 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25t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그는 이정은이 네 살 때 3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사고 직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족에 대한 걱정이다. 하지만 웃자란 딸 이정은은 “아빠 오래오래 건강해서 내가 얼마나 잘되는지 꼭 지켜봐 달라”고 오히려 그를 다독였다. 이정호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말했다.

이정호는 이정은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에 입문하자 손으로 엑셀과 브레이크 조작이 가능한 장애인용 승용차를 구입해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아파트 대출까지 받아가며 딸을 키웠다. 그러면서도 혹시 자신의 존재가 딸에게 피해를 줄까 주차장에 숨어 있기도 했다. 아버지의 헌신 덕분에 이정은은 2015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니버시아드 여자 골프 2관왕(개인·단체전)을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정호는 “딸에게 실력도 좋지만 인성이 우선이라고 늘 강조한다. 늘 겸손하고 배려하는 선수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이정은이 프로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이정호는 다시 탁구채를 잡았다. 비록 이날 결승전에서 대전팀에 0-2로 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을 따내 딸과의 약속을 지킨 그는 비로소 활짝 웃었다. 이정호는 “장애인 선수층이 얇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딸에게 탁구선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행복하다”며 ‘아빠 미소’를 한껏 지어보였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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