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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中 주류 학계의 ‘신순망치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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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20 20:21:53 수정 : 2017-09-20 23: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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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한반도 통일 국가와 이웃하고 싶지 않은 속내 숨어 최근 중화권 매체인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 학자 간 설전을 다룬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놓고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과 저장(浙江)성 당대국제문제연구회 주즈화(朱志華) 부회장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자칭궈 원장은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쌍궤병행(雙軌竝行)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고 북한 설득에는 원유공급 중단 등 중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북압박을 통해 북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국제사회의 대응과 보조를 같이한다. 반면 주즈화 부회장은 쌍중단과 쌍궤병행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중국은 이를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마지노선을 한·미·일, 북한 등에 전달하고 중·미 대타협을 통해 쌍중단과 북·미 평화회담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두 학자는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한 ‘필담 논쟁’을 벌였지만 서로 “명문대 명성에 먹칠하고 있다”, “문화대혁명 방식의 비판”이라는 등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하니 이들의 논쟁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상상이 된다.

두 학자의 논쟁은 중국 학계 내의 묘한 두 가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 중국 학계에서는 북한 핵 보유 지위를 인정할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학자 간 견해차에 따른 ‘사적 공방’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중국 주류 학계의 인식에 대해서다. 중국에게 북한 핵무장과 관련한 선택지는 “핵보유국 북한이 친중이냐 반중이냐, 그리고 비핵보유국 북한이 친중이냐 반중이냐”는 4가지 옵션이 있을 수 있다. 먼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실질적으로 멈추게 할 힘이 없다는 현실론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할 바에는 우선 인정을 하고 북한이 반중하지 않게 유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국 학계 메인 스트림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 같은 논리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순망치한(脣亡齒寒)론의 연장선에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은 ‘중국과 북한은 한몸’이라는 의미다. 6·25 전쟁 당시 마오쩌둥이 주더(朱德), 류샤오치(劉少奇)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병을 하겠다며 내세운 논리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북핵을 고리로 중국을 제어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유일한 카드인 북한을 잃으면 안 된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사설로 지적한 “아프게 하되 붕괴는 안 된다”는 중국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친미 성향의 한반도 통일 국가를 이웃으로 두고 싶지 않은 속내는 물론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 한국을 대신해 절대로 앞서 총대를 메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숨어 있다.

올해로 수교 25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고 말을 한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니, 경제 교류가 몇 배가 증가했느니”하고 말하지만 모두 듣기 좋은 말일 뿐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 방에 ‘25년 우정’은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냈고 북한 핵실험에 중국의 속내가 드러났다.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동북아 안보지형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금기시됐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문제가 공론화하는 것을 보면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도 중국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배치는 절대 안 된다는 신호마저 보내고 있다. 한·중 관계는 그런 관계다. 제대로 봐야 한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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