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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모으기는 사회 기본질서를 무너뜨린다. 관리의 부정 축재 역사는 짧지 않다. 조선에선 아예 부패한 관리를 ‘낮도둑(晝賊)’이라고 불렀다.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자 청백리인 이기는 함경도의 수령들이 가혹한 징수와 혹독한 형벌을 일삼아 낮도적이라 불렸다고 문집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었다. 또 성균관에 대해선 ‘조정에서 낮도둑을 모아서 기르는 곳(朝廷聚會晝賊而長秧之處)’이라고 기록했다고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백성 등골 빼먹는 공직자’, 국민은 더욱 고달파지게 마련이다. 개혁의 시급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산의 외침을 들어보자. “탐학질하는 풍습이 노골화돼 백성들이 초췌해졌다.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 충신지사가 팔짱만 끼고 방관할 수만 있겠는가(貪風大作 生民憔悴 蓋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其必亡國而後已 斯豈忠信志士 所能袖手而傍觀者哉).”

부패한 조선후기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과 제도 개혁의 청사진인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짓겠다는 뜻으로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는 덴마크와 뉴질랜드, 핀란드는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차례대로 1, 2,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상국가 175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공직자, 특히 공위공직자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넓고 크다. 때마침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할 수사기관의 윤곽이 드러났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법무장관에게 권고하고 관련 법률 제정안 초안을 공개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은 솔선수범해 ‘눈먼 돈’을 멀리해야 한다. ‘목민심서’는 이렇게 경책한다. “술을 끊고 여색을 멀리하며 노래와 춤을 물리쳐서 공손하고 단정하고 위엄 있기를 큰 제사 받들듯 할 것이요, 유흥에 빠져 거칠고 방탕해져선 안 될 것이다.(斷酒絶色 屛去聲樂 齊?端嚴 如承大祭 罔敢游豫 以荒以逸)”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晝賊 : ‘낮도둑이라는 내용으로 부패 관리’를 뜻함.

낮 주, 도둑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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