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타워] 덫에 걸린 보수 야당 ‘통합론’

관련이슈 세계타워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9-24 23:34:47 수정 : 2017-09-24 23:36: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당 복당파 겉도는 처지 보며 / 바른정당 합당파도 고민에 빠져 / 탈당으로 비교섭단체로 전락 땐 / 국민이 만든 다당 구도 파괴 부담 보수가 19대 대선에서 참패한 지도 5개월여가 흘렀다. 참패의 주요 원인은 분열이었고, 지금도 보수는 자유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갈라져 있다.

보수가 전열을 재정비하지 못하는 사이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명박근혜정부’에서 쌓인 적폐 곳곳에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외면했던 이명박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선 국민적 호응이 높다. 지난 9년 보수정권의 적폐가 속속 수술대에 오르면서 그 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국정주도권을 빼앗긴 보수진영에선 보수 궤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자 보수진영은 “다시 뭉쳐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선 보수 야당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여전히 안일한 보수진영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분열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지 않은 탓이다. 바둑이 끝나면 패배자는 복기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확인한다. 그런데 보수 야당은 복기를 엉성하게 한 듯하다. 한국당은 일부 친박(친박근혜)만 청산하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돌아오기 위한 밑자락을 깔아주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착각이다. 두 당엔 공히 이질적인 세력이 존재한다. 한국당은 국정농단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세력과 청산세력으로 나뉜다. 바른정당은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추종세력과 새로운 보수정치 추진세력으로 구분된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한국당은 최근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출당시키겠다는 조치를 했다. 두 의원의 저항이 거세 실현 여부도 불투명하다. 설령 두 의원을 당에서 내보낸다고 해도 박근혜정부에서 완장을 차고 권력을 누렸던 친박 핵심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은 박근혜 탄핵에 앞장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내켜 하지 않는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중이라 자중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다면 홍준표체제에 대반격을 시도할 게 뻔하다. 잠재된 내분의 불씨인 셈이다.

독자 생존을 고수하고 있는 바른정당 자강파도 친박 잔존파가 있는 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이다. 친박은 신보수 정치의 걸림돌이란 판단에서다. 반면 반 전 총장을 추종했던 통합파는 대체로 한국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이다. 이들은 애초 ‘신보수’라는 험로를 헤쳐나갈 모험심이 없는 인사들이었다. 지난 대선 전에 한국당으로 돌아간 복당파도 마찬가지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통합파 간 반목의 골도 깊다.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시절 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한 인사가 유 후보를 옆에 두고 다른 인사들에게 “우리 당의 창당 목적은 반 전 총장을 대선후보로 모시기 위한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애초 신보수 정치엔 관심이 없고 권력욕에만 매몰됐다는 얘기다. 유 의원은 이후 이들에게 강한 불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탈당한 40명 의원의 지역구에 대선 전 원외당협위원장을 임명한 ‘대못 박기’도 합당의 걸림돌이다. 한국당 복당파는 원외당협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에도 가지 못하는 등 지역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지 못해 지역 조직을 다지는 일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한 복당파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당내 세력이 약하다 보니 복당파와 원외당협위원장 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사이 지역 조직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복당파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는 것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당파가 한국당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도는 처지에 놓이자 바른정당 합당파도 고민에 빠졌다. 한국당에 복당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신들의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이 비교섭단체로 전락할 경우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 구도가 깨지는 것도 부담이다. 보수 야당 통합론이 덫에 걸린 모양새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선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한국당은 진단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래야 당 개혁과 보수 통합에 성공할 수 있다. ‘얼치기 개혁’만 흉내 내면 보수층도 중도층도 모두 잃어버릴 것이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