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에어비앤비의 ‘배짱 경영’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9-25 19:46:52 수정 : 2017-09-25 19:50: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방침이라는데, 무슨 근거인지….”

지인 A는 지난주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정이 많아 불쾌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남혜정 국제부 기자
황금연휴에 맞춰 약 3주간 해외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A는 몇달 전부터 항공권과 숙소를 준비했다. 수천개가 넘는 숙소 가운데 위치도 적합하고 외관도 마음에 드는 몇 곳을 선택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지난주 갑자기 예약이 취소된 것이다. 며칠에 걸쳐 선정한 숙소를 다른 사람이 예약하는 바람에 A는 극성수기에 다른 숙소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취소 사유는 본사 규정인 ‘해외원화결제’(DCC) 방침을 어겼다는 것. DCC란 해외에서 신용카드 거래 시 자국의 통화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이중 환전 수수료가 발생해 결제한 금액의 5∼10%의 수수료가 추가로 청구된다. 사용자 재량이기에 원화 대신 유로나 달러 등 여행하려는 국가의 화폐로 결제하면 이런 불필요한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서는 결제자의 재량인 DCC가 ‘의무’로 설정돼 있다. 만약 DCC가 아닌 현지화로 카드 결제할 경우 에어비앤비 측에서 임의로 예약을 취소한다. A도 불필요한 수수료를 아끼려다 강제로 취소당한 것이다. 수수료는 가맹점과 카드사, DCC서비스 제공사 3곳이 계약에 따라 나눠 가진다. 금융감독원은 8개 카드사 고객의 지난해 1∼3분기 해외사용액 중 14.7%가 DCC 결제였다고 발표하며 해외결제 시 본인 의사와 무관한 DCC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에어비앤비는 이를 소비자에게 강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불공정 약관이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던 예약취소 수수료도 여전히 문제다. 시정명령에 따라 30일 이내 취소할 경우 ‘50% 환불’에서 ‘100% 환불’로 바뀌었지만 ‘무료취소 연간 최대 3회’라는 전제를 달았다. 30일 이내 취소하더라도 3회 이상 취소했을 경우 숙박비의 약 10%인 에어비앤비 수수료는 환불되지 않는다.

A는 “예약할 당시에는 이에 대한 공지가 전혀 없어서 30일 전이라 부담 없이 결제했다가 일정이 변경돼 취소·변경하려 했더니, 그제야 무료 취소는 연간 3회라는 안내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고객센터는 이에 대해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방침”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자주 이용하는 고객일수록 취소하는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질 텐데 이상한 논리다.

A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더니 에어비앤비 피해, 수수료 환불 등에 관한 게시글이 적지 않았다. 한 블로거는 고객센터에 DCC에 대해 항의했더니 역시 “고객 편의를 위한 본사 방침이다. 우린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미국 방침을 따른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며 되레 언성을 높여 황당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금감원에서도 국내 기업이 아니라 외국에 기반을 둔 기업까지 제재할 방침이 현실적으로는 없는 상황이다.

2008년 자본주의에 대응해 ‘남는 공간(잉여자원)을 타인과 나누자’며 공유·협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가 기존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대기업보다 더한 ‘배짱 경영’을 하고 있는 사실이 씁쓸했다.

남혜정 국제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