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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명절보다 여행… 형식은 내려놓고 자유를 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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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30 10:23:55 수정 : 2017-09-29 16: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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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하루평균 17만명 이용 전망/ 美·유럽 등 장거리 여행자 257% 늘어/ 국내 김포∼제주 노선 예약률도 95%/ 호텔들, 나홀로족 위한 1인 패키지 준비/ 외식·유통업계 맞춤형 서비스 부심/“명절 퇴색” vs “시대 흐름" 여론 엇갈려 30일부터 열흘간의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역대 최장 연휴에 추석 풍속도가 사뭇 달라졌다. 평소 가기 힘든 장거리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일가친척이 다 함께 국내여행을 하기도 한다. 대행업체와 간편식의 등장으로 명절 스트레스를 부르던 추석 음식 장만은 옛말이 됐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도 늘었다. 2017년 ‘추석 신(新) 풍속도’와 이에 대한 반응 등을 정리했다.

한복 차림을 한 어린이들이 차례상 차리기 및 예절교육에 참가해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차례보다 여행… 반려동물 상품도 호황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이용해 평소 가기 힘든 국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급증했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9만9000여명이 몰렸다. 이번 연휴기간 출국 여행객이 가장 많은 날은 30일이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더해 10만4000여명이 인천공항에서 외국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 최다 수준이다. 연휴 하루평균 인천공항 출입국자는 17만7586명으로 전망된다.

인터파크투어의 미국, 유럽, 남태평양 등 장거리 여행 예약률은 예년보다 257%나 늘었다. 온라인 호텔 예약사이트 호텔스닷컴의 ‘2017 추석 연휴 트렌드’ 분석 결과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올 추석 연휴기간 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상위 20곳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호주 등 장거리 여행지들이 꼽혔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이미 몇주 전부터 예약률이 100%에 달해 표를 구할 수 없다”며 “2회 경유 정도의 장거리 노선도 표가 거의 없어 3∼4회 경유로 목적지에 가려는 분들이 넘쳐난다”고 전했다.

가족·친지와 함께 국내여행을 가는 이들도 많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는 관광 예약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10월 첫째 주 객실은 일찌감치 동났다. 제주도관광협회는 다음달 초 제주도 내 펜션, 콘도 예약률이 9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제주 노선예약률은 95%에 육박한다. 동해안의 대표적 관광지 설악권 20여개 콘도미니엄과 호텔은 회원 대상 실 배정 추첨을 마무리하는 등 연휴기간 객실예약이 완료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귀성객의 발길을 붙잡을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준비 중이다.

‘펫팸족’(반려동물+가족)을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숙박업과 여행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도 이번 추석의 새로운 경향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펫호텔은 대부분 연휴 시작 전 이미 예약이 마감됐다.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 수요는 지난해 3만7336건으로 전년보다 6014건(19.2%) 증가했다. 항공사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 반려동물 마일리지 제도를 신설하는 등 동물 손님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해 귀성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권모(31)씨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반려묘 ‘콩이’가 한 달 전 교통사고로 앞다리 골절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권씨는 “펫호텔이나 동물병원에 맡기고 고향에 가려고 했는데, 쉬는 곳도 많고 예약이 꽉 차 구하지 못했다”며 “부모님껜 죄송하지만 올해는 콩이 병간호를 하면서 명절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를 이용해 평소 가기 힘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차례상은 배달·벌초는 대행·‘혼추’도 증가


전국 수많은 며느리와 딸들에게 ‘명절증후군’을 안기던 차례음식 준비는 데우기만 하면 되는 즉석식품과 반찬가게, 차례상 대행업체가 대신하고 있다. 대행업체의 주문 차례상 가격은 20만원 정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정한 4인 가족 기준 명절 차례상 준비 비용(21만8889∼30만3596원)보다 저렴하다. 사찰에서 합동 다례로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직접 차례상을 차릴 필요 없이 사찰을 찾아 제의만 올리면 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추석 때 피코크(간편가정식 브랜드) 제수용 음식 매출은 2014년 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40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반찬배달 서비스 ‘배민찬’의 올해 추석 전 주문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6배 증가했다.

벌초 대행 수요도 매년 증가 추세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2013년 2만1051건이던 벌초 대행 서비스 수요는 지난해 2만7877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시행 건수가 묘소 기준 3만2000∼3만3000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 시험이나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등을 이유로 추석을 혼자 보내는 ‘혼추족’ 증가도 대표적인 추석 신풍속도다. 취준생이나 미혼자들의 경우 가족이나 친척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도 한다.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는 이들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CJ푸드빌과 이랜드, SPC그룹 등은 직영점의 경우 추석 연휴기간에도 휴무 없이 운영한다. 명절 연휴기간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과 빕스는 올해 설 연휴에 평소 대비 고객 수가 20~30% 증가한 바 있다.

멀티플렉스업계도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즐기는 1인 고객이 매년 늘면서 이들을 위한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메가박스는 영화관 최초로 싱글석을 도입했고, CGV는 1인용 팝콘과 음료로 구성된 싱글팩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도 영화관을 찾는 ‘혼영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 호텔들 역시 다양한 1인 패키지를 내놓으며 ‘호캉스족’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그랜드 힐튼 서울은 책(Book)과 맥주(Beer)가 포함된 ‘1인 북맥 패키지’를 준비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싱글즈 패키지’는 디럭스 룸 1박과 뷔페 레스토랑 조식 1인, 바디 트리트먼트 60분과 웰컴 칵테일 한 잔을 제공한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의 ‘주인공은 나야나’ 패키지는 객실 1박 외에 가죽 공예, 프랑스 자수, 뜨개질 등 완성품 제작이 가능한 키트 하비풀(hobbyful) 취미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추석 명절이지만 취업준비 등으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도 적지 않다. 사진은 한 시민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모습.
CU 제공
◆“명절 퇴색 아쉬워”vs“시대적 흐름”


달라진 추석 풍속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경남 양산시의 류갑선(72)씨는 “시대에 따라 명절의 의미가 바뀌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차례나 성묘 등 꼭 할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울산에 사는 이상범(60)씨는 “가족이 모처럼 모이는 만큼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각자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는 것이 맞다”며 “차례, 성묘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왔다. 직장인 심모(29)씨는 “예전에 취업 준비할 때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고향을 찾지 않았는데 이제는 명절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취준생 손모(27)씨는 “지난 설에 친척을 만났는데 ‘기술을 배워라’, ‘취업이 어렵다’ 등 말만 잔뜩 늘어놔서 스트레스였다”며 “마침 학원도 연휴 동안 특강을 여는데 굳이 전통이라고 고향에 내려가 친척들을 만나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가족에 대한 관념이 약화하고 실용주의가 강화하면서 명절을 개인이 향유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특히 직장인들에게 휴일이 많지 않은데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 친척들하고만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차례나 성묘 등 일정 정도만 명절 전통을 지키고 나머지 기간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자주 모이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산업화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농업경제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이 늘어나고 설보다 추석의 의미가 더 사라지는 것 같다”며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농경시대 전통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일가친척이 모여도 화합하고 정을 나누기보다는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서로에게 참견하거나 함부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이창훈 기자, 전국종합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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