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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칼럼] 노벨문학상보다 값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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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1 20:11:16 수정 : 2017-10-11 11: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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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받으려면 국민들이
독서를 하고 문화에 관심 가져야
국민 문화적 바탕 없는 수상 노력
사막에서 신기루를 잡으려는 것

해마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노벨상 수상자 발표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가 올해 노벨 수상 일정을 발표했다.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3일), 화학상(4일), 평화상(6일), 경제학상(9일)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벨문학상의 일정만이 결정되지 않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흔히 ‘노벨상의 꽃’으로 부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무척 신중을 기한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노벨문학상만은 선발 후보자 명단을 미리 올리지 않는다. 노벨문학상의 발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해 온 전통에 따라 5일이나 12일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인 ‘래드브록스’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배당률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래드브록스가 공개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는 케냐 출신의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다. 아프리카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옹오는 그동안 탈식민주의 문학운동을 주도해 왔다. 래드브록스가 꼽은 두 번째 후보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중간 문학’의 이름으로 그동안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고급문학과 저급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데 앞장서 왔다. 래드브록스는 캐나다의 여성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세 번째 유력 후보로 꼽았다. 그녀는 공상과학소설을 비롯해 역사소설, 논픽션, 평론, 아동문학, TV 및 오페라 대본 등 장르의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로 꼽힌다. 한국의 한 문인도 래드브록스가 선정한 후보 명단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그런데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늘 책을 가까이하고 평소 교양과 문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노벨문학상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의 문화적 저력과 탄탄한 바탕이 없이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미국의 문학 평론가 마이틸리 라오가 ‘뉴요커’ 온라인판에 기고한 글이 생각난다. 그는 이 잡지에 ‘한국 작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해 관심을 끌었다. 이 글에서 라오는 한국이 문맹률이 2%밖에 안 되는 아주 ‘유식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한 해에 4만여권의 책을 출간하는 문화 국가라고 먼저 운을 뗀다. 그리고 나서 라오는 그런데도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한 명도 없다고 꼬집는다.

 

라오의 지적대로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기로 유명하다. 길거리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어가면서도 좀처럼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10여년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거나 잡지를 읽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적어도 무가지(無價紙)라도 읽고, 비좁은 공간을 비집고 다니며 읽고 난 신문을 수거해 가는 노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풍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통계청에서는 사회조사의 일환으로 2년마다 독서 인구를 조사해 발표한다. 그런데 2015년에 국민 한 사람이 읽은 책의 수가 9.3권이었다. 읽은 책도 잡지나 실용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작년과 금년도 통계는 올해 12월에 나올 예정이어서 알 수 없지만 해마다 권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그 수치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필수품이 되다시피 한 휴대전화나 태블릿 PC의 인터넷 사용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고 지나치게 인터넷에만 의존하다 보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기능이 점점 쇠퇴하게 된다. 최근 몇몇 뇌과학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너무 사용하면 배측면 전두엽 피질의 회질의 양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언어나 기억력을 관장하는 측두엽이 발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책을 읽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노벨상은 그만두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디지털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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