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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 프랑스 혁명 초기인 1789년 10월5일 파리의 빈곤층 여성들이 빵을 달라며 베르사유 궁전으로 행진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막상 베르사유 궁전에서 그들을 내려다본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흥,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아?”라고 철딱서니 없는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는 말은 폭정의 본질을 드러내는 구호처럼 널리 회자돼 왔다. 역사상 대표적 혁명인 프랑스 혁명을 장식하는 멋진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까? 그것을 이제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다른 기록들에서 드러난 앙투아네트는 그처럼 철딱서니 없는 소리를 할 여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가 당시 프랑스 궁전의 가장 즐거운 오락 가운데 하나인 여우 사냥을 싫어한 것도 그런 근거의 하나다. 넓은 평야 가운데 자리 잡은 파리에서 여우 사냥이란 말을 타고 밭 사이를 달리며 여우를 쫓는 것이었고 그것이 저어돼 싫어했다는 것이다.

그가 사치의 화신처럼 통하는 것도 근거가 박하다. 앙투아네트는 의외로 소박한 삶을 즐겼다는 기록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왜 그는 악녀처럼 묘사됐을까. 우선 프랑스와 오랜 경쟁관계에 있던 잠재 적국 합스부르크 왕실의 여성이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에게는 하나의 아름다운 소녀시절의 에피소드도 있다. 그가 쇤브룬 궁전에서 살 때 6살의 신동 피아니스트 볼프강 모차르트가 궁전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돌아가자 궁전 사람들이 그를 배웅하고 있었다. 그러다 모차르트가 넘어지자 한 소녀가 일으켜 주었다. 이에 모차르트는 “고맙다, 우리 커서 결혼하자”고 했다. 앙투아네트는 모차르트보다 한 살 위였다.

그 일화에 비친 앙투아네트는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뻗치는 성품이기도 하다.

양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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