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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균형 잃은 북미관 <北美觀> , 북핵 해결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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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1 20:17:38 수정 : 2017-10-01 21: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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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다 北 입장 많이 이해해주는
정세현 전 통일 장관 北 문제 해법
남북화해 시대엔 효용성 컸지만
핵 폐기 압박 상황선 맞지 않는 옷
“북한의 핵·생화학 무기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체제방어 또는 강대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용이다.”(2002년 2월 2일, KBS 심야토론)

“김정일 위원장은 ‘북핵’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2004년 6월 14일 서울신문 인터뷰)

김환기 부국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재임시절 했던 북핵 관련 발언들이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지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당시나 지금이나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북한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당연히 그의 북핵 문제 진단과 전망에서 통찰력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팩트 체크를 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 전 장관의 진단과 달리 북한 핵무기는 협상카드용보다는 무력통일용이라는 것이 분명해지는 분위기다. 핵 보유국 프로젝트의 종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북한은 갈수록 숨겨왔던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 2015년 5월 5일 사설은 “우리의 핵 억제력은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기는 만능의 보검”이라며 “경제적 혜택과 바꿔먹기 위한 흥정물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한술 더 떴다. 이 매체는 2016년 9월 “우리의 핵탄두가 서울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엄숙히 경고한다”고 위협했다. 정 전 장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북한을 너무 몰랐다”고 자책을 했을까?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 전 장관의 전망도 허언이 된 지 오래다. 김정일은 2006년 10월 9일 첫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외무성은 2009년 4월 14일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며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핵무기 개발 본격화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일의 핵무기 실전 배치 꿈은 결국 아들 김정은에 이르러 실현 일보직전에 와 있다. 김정일이 살아 있다면 “장한 내 아들”이라며 등을 두드려 주지 않았을까.

이처럼 김정일과 그의 북핵 개발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으니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어쩌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꿈의 달성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정 전 장관의 진단 및 전망 실패는 균형감을 의심받는 북미 인식 탓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보다 북한 입장을 많이 이해해주는 태도가 객관적인 진단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 개발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국”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과 거리가 있다. 우려의 시선과 목소리가 많은 이유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인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또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7일 한반도평화포럼 토론회에서 “제재와 대화 병행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에 쓴소리를 했다. 당근 제시와 대화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봤는지 의문이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일본 총리)처럼 돼 가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대선 공신이다. 믿었던 사람이 찌르면 더 아픈 법이다. 문 대통령이 모욕감을 느꼈을 듯싶다.

정 전 장관은 “일본도 아닌 한국 외교부가 유엔 대북 제재를 선도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는 중간만 따라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핵의 제1 타깃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는 이웃일 뿐이다. 그런데도 남의 집 일인 양 제재 시늉만 하라는 말인가. 공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정 전 장관의 대북 문제 해법은 남북화해 시대에는 효용성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북핵 폐기를 압박하는 상황에선 맞지 않는 옷이다. “북핵 도발이 고도화하는데도 대화 타령만 한다”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 전 장관은 대북 문제 발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균형을 잃은 북미관(北美觀)은 북핵 해결을 더 꼬이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환기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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