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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대출 여행’으로 확산하는 中 ‘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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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9 21:15:03 수정 : 2017-10-09 23: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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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30만명이 50만건 이상 대출 받아 / 호화여행 등은 욜로가 아니라 충동구매

돈을 빌려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가 중국에서 증가하고 있다. 중국 내 한 인터넷금융업체의 대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 2년 동안 업체 이용자 약 30만명이 50만건 이상의 여행 대출서류를 작성했다. 이중 1990년대생을 일컫는 주링허우(90後) 세대가 약 30%를 차지했다. 그중 사회초년생에 접어드는 23∼27세 젊은층이 많았다. 이들이 관광 한 번을 위해 빌린 금액 평균은 6000위안으로 100만원을 조금 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면 바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29∼32세의 대출금액은 평균 1만위안, 우리 돈으로 170만원 정도다. 대출 건수는 사회초년생보다 다소 적지만 금액이 훨씬 늘었다. 신혼부부가 집중돼 있는 연령대다. 인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에 소득을 뛰어넘는 지출을 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베이징과 상하이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문화다. 돈이 여행의 방식과 수준을 결정짓는 시대는 지났다고 해당 금융업체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자금압박에 시달려도 ‘보다 행복한’ 여행을 추구하는 것이 추세라는 것이다.

 

이를 놓고 중국에서는 ‘대출여행족(負游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중국은 이미 세계 여행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엄청난 인구로 인해 부자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다. 화려하고 풍족한 여행이 대세였다. 쇼핑한 물건으로 여행가방과 양손을 채워 귀국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지난 10여년 이런 기성세대의 문화를 보고 자란 젊은 서민층이 이제 대출을 끼고라도 ‘보다 화려한’ 여행의 꿈을 이루려 한다. 기성세대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에 동승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 대출여행족을 만들어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의미 문장을 줄인 욜로는 북미에서 넘어온 문화다. 캐나다의 래퍼 드레이크의 2011년 노래 ‘더 모토(The Motto)’에 나오는 가사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의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건강보험 개혁안을 홍보하는 비디오에도 나와 유명해졌다. 이제는 경제학 용어로까지 정착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욜로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배경에는 현재의 경제 및 사회 세태가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힌 젊은층이 세계적으로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지 못할 높은 벽을 실감하는 이들은 고통 속의 저축 대신 ‘행복한’ 소비를 선택하고 있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가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명품, 외제차량, 호화여행 등은 욜로가 아니라 충동구매나 자기과시가 될 뿐이다. 욜로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소비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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