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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러 평가전 졸전으로
히딩크 영입 여론 더욱 거세져
정작 본인은 기술 자문역 고사
협회에 불편한 심기 드러낸 듯

지난 8일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평가전.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후반 37분 러시아에 4골째를 내주자 망연자실하며 고개를 떨궜다. 비록 평가전이지만 축구팬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 한국이 64위 러시아를 상대로 0-4로 끌려가며 어이없는 플레이를 보여주자 열정도 끈기도 없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야심 차게 출범한 신태용호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이어 평가전에서도 졸전을 이어가자 ‘히딩크 복귀론’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축구팬들은 “신태용 OUT 히딩크 모셔와라”, “축구협회 눈에는 산더미같이 쌓인 월드컵 본선 진출 상금만 보이겠지”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열성팬들은 이날 대한축구협회 건물 앞으로 몰려가 촛불집회를 열고 “히딩크를 대표팀 감독으로 데려오길 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협회가 무시하고 있다”며 집행부 사퇴를 촉구했다. 

 

 

최현태 체육부장

하지만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전 감독은 지난 8일 프랑스 칸에서 기술 자문 역할을 맡아달라는 협회 관계자의 제안을 거절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감독이든 기술 자문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히딩크 전 감독은 자신의 감독 복귀 문제가 불거졌을 때 협회가 이를 무시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에 이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히딩크 전 감독이 에둘러 얘기했지만 그가 원하는 자리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실제로 그는 이미 감독직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오래전 측근을 통해 축구협회에 전달했다.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은 신태용 감독 선임 전인 지난 6월 축구협회 고위관계자에게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에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킬 감독을 선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묵살됐고 협회 내부에서 공론화되지 못했다. 협회는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셈이다. 더구나 히딩크 전 감독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했지만 협회는 “감독은 신태용”이라고 못을 박았다.

 

히딩크가 누군가.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4강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이어 2006년 호주 대표팀을 16강에 진출시켰고 러시아를 2008 유럽축구연맹선수권 3위에 올려 놓으며 ‘히딩크의 매직’이란 말까지 유행시켰다. 이러니 축구팬들이 히딩크를 다시 모셔오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누구보다 한국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축구팬들은 그가 단시간에 전력을 끌어올릴 최적의 감독이라 여기는 것 같다. 신태용호 출범 뒤 대표팀은 최종예선 2경기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리아를 꺾은 이란 덕분에 어부지리로 본선에 진출한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자책골 2골을 포함해 내리 4골을 내주는 최악의 경기를 펼치자 축구팬들이 히딩크 전 감독을 데려오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팬들은 물론 축구 전문가들도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감독 교체가 그리 쉽지 않다. 한국 축구가 공격, 수비, 전술에서 총체적 부실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두 곳 수술로 살아날 환자가 아니다. 따라서 천하의 히딩크라고 해도 극심한 침체에 빠진 한국 축구의 위기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태용호가 앞으로도 평가전에서 더 이상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월드컵이 이제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우물쭈물하다 한국 축구를 살릴 ‘골든 타임’마저 놓칠까 걱정이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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