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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한국 젊은이들 일본 취업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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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1 21:13:47 수정 : 2017-10-11 23: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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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구인난… ‘큰 시장서 경쟁’ 각오 있어야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일본에서 보내는 추석은 큰 감흥이 없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사람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명절만 되면 다른 나라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일본에서는 양력 8월15일이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고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오봉’이라는 명절이다. 음력 8월15일은 ‘쓰키미’(月見)라고 해서 달을 보며 즐기는 풍습이 있기는 하다.

한국에서 보냈던 추석을 떠올려 보면 덕담을 나누는 장면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게 꼭 좋기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은 언제 하니?’ 같은 말을 듣는 게 스트레스라는 얘기도 들린다. 걱정해주는 마음이 담긴 말이겠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본인들이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터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 8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9.4%로 집계됐다.

일본의 청년 일자리 상황은 한국과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는 유효구인배율이 지난 8월 1.52배였다. 구직자가 100명이라면 일자리는 152개가 있다는 의미다.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어서 당장 취직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산술적으로 일자리는 넘쳐나고 있는 셈이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홋카이도 지자체 공무원 일반 행정직의 경우 합격 통보를 받고도 사퇴한 비율이 2016년 58.8%, 지난해 62.9%에 달했다. 이에 따라 홋카이도는 올해 140명을 채용하기 위해 그 2.8배인 390명에게 합격 통보를 했을 정도다.

일본의 청년 고용 시장 상황이 이처럼 좋아 보이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 개선돼 고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기업들은 일손을 대거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저출산 현상으로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은 줄고 있다. 기업들이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그렇다면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도 일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젊은이들이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청년들은 고학력에 어학 능력도 뛰어나고 외국에 대한 거부감도 기존 세대보다 적다. 누구나 생각해봄 직한데 실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본에서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을 15년째 운영하는 한 지인이 최근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알고 지내는 한국의 한 대학 교수로부터 제자들을 채용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학생들도 해외 취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IT 강국인 한국의 인재를 쓸 수 있다는 기대에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급여 문제부터 막혀 이야기가 중단되고 말았다. 그가 일본인 신입사원의 급여 수준을 알려주자 대학 교수는 “그 돈으로는 학생들이 일하려 할 것 같지 않다”며 먼저 발을 뺐다.

한국이 가난한 나라였던 시절 일본은 금전적으로 기회의 땅이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해도 돈을 모아 한국에 가져가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은 일본과 경쟁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양국의 임금 격차도 줄었다. 물가 등을 고려하면 일부 영역에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 지인은 일본 취업을 고려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스펙을 쌓느라 젊음을 낭비할 바에는 젊었을 때 여러 가지 도전을 해 보는 게 낫다. 해외 취업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월급을 많이 받으려고 일본에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보다 큰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라면 분명히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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