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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국가는 왜 소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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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1 21:14:15 수정 : 2017-10-11 23: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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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등 대제국 한순간에 멸망 / 200여년 동안 66개국 사라져 / 북핵 도발 앞 무력한 대한민국 / 위정자 오판 땐 소멸될 수도 “대한민국이 21세기 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2년 전 발표한 충격적 내용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한국 출산율을 우려한 경고였다.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00년 한국의 인구는 2000만명으로 줄고, 2300년 초가 되면 아예 소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우리 사회는 아무런 위기의식도, 뚜렷한 대책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더 화급한 문제가 있다. 적국의 침입으로 인한 국가의 소멸 위기다.

유사 이래 수많은 국가들이 명멸했다. 유럽을 제패했던 페르시아제국과 로마제국이 망했고, 영국이 무굴제국을 합병할 때 인도엔 700여 개 왕국이 존재했지만 모두 소멸됐다. 고대 중국도 춘추전국시대에 난립하던 100여 개 나라가 진나라로 통일되더니 이어 등장한 수·당·송·원·명·청도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한때 대륙을 호령하던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백제는 물론 한반도를 통일한 신라와 고려, 조선, 대한제국마저 소멸됐다.

19세기 초 근대국가 체제 형성 이후 현재까지 66개국이 지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중 50개국은 이웃 나라나 동족의 무력 침략에 의해서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통하는 강자의 놀이터다. 사자와 양이 함께 뛰노는 평화로운 들판은 그림 속에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 동안 중국에 숱하게 당했고, 일본 침략에 전 국토가 유린당한 끝에 20세기 들어 결국 국권을 상실했다. 외부의 침략 이전에 우리에게 힘이 없어 국가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조정진 논설위원
단군 이래 가장 길었다는 열흘간의 국군의날·개천절·추석 연휴 민심 밥상에 오른 화두는 단연 안보였다. ‘진짜 전쟁 나느냐’, ‘북핵 해법은 있느냐’는 대화가 친·인척들 사이에 자연스레 오갔다. 추석 선물로는 과일이나 햄·식용유 세트 대신 전투식량·침낭·방독면·안전모·랜턴 등이 들어 있는 생존배낭이 인기였다. 그만큼 한반도 상황이 심상찮다는 방증이다.

6차례의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은 현재 수십 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개 안팎을 추가 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한과 일본 전역은 물론 괌 미군기지가 핵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다. 조만간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 통일, 즉 대한민국의 소멸이다. 북한은 한때 핵개발 목표를 체제 수호로 좁혔다가 다시 적화통일로 확장했다. 한·미 이간질을 통한 미군 철수가 중간 목표다.

북한에선 현재 소총에 장착하면 작은 산 하나를 거뜬히 날릴 수 있는 핵무기급 총알 ‘아메리슘탄’을 이용한 통일이 머지않아 다가온다고 환호성이다. 이런 와중에 사드 배치 논란에 이어 전시작전권 환수 거론 등 겨우 국가 안보를 지탱해주는 한·미동맹마저 위정자들이 앞장서서 흔들어대고 있다. 통일부에선 800만달러 대북 지원을 결정했다. 우리나라를 소멸시키겠다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겁박하는 적에게 인도적 지원이라는 미명 하에 100억원 가까운 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경제제재에 나선 마당에 굳이 ‘인도적 지원’을 내세워 북한을 돕겠다는 속셈은 뭘까.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국제기구들은 활동비 마련을 위해 지원 명분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천문학적인 현금을 송금했고, 그 돈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됐다는 의혹마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또 대북 지원을 한다는 게 과연 옳은가. 옛말에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일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나라 안 간신의 계략을 고발하는 경구다. 경제력이 수십 배 되고, 인구가 두 배 많으면 뭣하나. 60여 년 전 북한에 멸망될 뻔했던 현대사를 잊었는가. 나라가 망하는 것은 위정자 한두 명의 무능과 오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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