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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여성들은 왜 쉬라즈 와인을 좋아할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10-13 06:00:00 수정 : 2017-10-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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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의 미래를 이끄는 페탈루마
​페탈루마 와인들.
호주를 대표하는 파워풀한 ‘짐승남’ 와인 쉬라즈(Shiraz)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원래 프랑스가 고향인 시라(Syrah)와 같은 품종이죠. 프랑스 론 지역에서 자란 시라는 검은 과일과 허브, 흑후추 등 매운 향신료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더운 기후의 호주에서 자란 쉬라즈는 과일향이 진해지고 카카오 함량높은 다크쵸콜릿 느낌과 감초 등의 달콤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레드와인으로 빚어져 여성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이런 호주 쉬라즈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생산지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와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이랍니다.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게하는 필록세라 광풍이 전세계를 휩쓸때 이를 피한 곳중 한곳이 바로사 밸리로 아직도 오래된 수령의 포도나무가 남아있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힘차고 풍부한 느낌의 쉬라즈 와인이 생산됩니다.
호주 와인 주요산지.
호주는 쉬라즈로 대표되는 레드 와인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요즘 뜨고 있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입니다. 그중 리슬링과 샤르도네 품종으로 매우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시작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리슬링은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 등 서늘하면서도 낮에는 일조량이 좋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일교차가 큰 기후를 좋아해요. 좋은 산도를 얻기 위해서죠. 비교적 건조하고 더운 호주에서 어떻게 이런 화이트 품종이 성공적으로 재배될 수 있을까요.

호주 리슬링을 대표하는 산지는 클레어 밸리(Clare Valley)와 에덴 밸리(Eden Valley)입니다. 보통 신대륙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는 한류의 영향 덕분에 서늘한 기후가 유지됩니다. 미국 소노마, 까르네로스와 칠레 카사블랑카 레이다 등은 모두 한류를 끼고 있는 바닷가에 있어서 화이트 품종이 잘 자랍니다. 하지만 클레어 밸리와 에덴 밸리는 이런 한류가 아니라 고도의 영향을 받아요. 포도밭이 있는 곳의 해발 고도가 거의 500m로 높기 때문에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기후가 유지돼 리슬링이 잘 자랍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클리어 밸리, 애들레이드 힐스, 쿠나와라 위치

이곳의 리슬링은 전세계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바로 풍부한 미네랄 덕분입니다. 소믈리에 등 전문가들은 보통 미네랄 캐릭터가 많고 적음에 따라 구대륙과 신대륙 리슬링을 구분합니다. 구대륙에서는 석회질 풍부한 토양에서 리슬링이 자라기 때문이죠. 하지만 클레어밸리와 에덴 밸리에서도 돌맛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미네랄을 가득 품은 리슬링 탄생해 요즘 신대륙중 가장 주목받는 리슬링 생산지로 떠올랐습니다.
붉은 토양으로 덮힌 쿠나와라 포도밭 전경. 출처=와인오스트레일리아 홈페이지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s)도 지금은 다른 곳이 뜨면서 살짝 밀리기 시작했지난 15년전부터 샤르도네 생산지로 뜬 곳입니다. 해발 고도 400m 이상이라 샤르도네 생산의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레드 품종은 쉬라즈와 함께 카베르네 소비뇽을 많이 재배하는데 사우스오스트레일리의 쿠나와라 (Coonawara)가 가장 유명합니다. 아주 새빨간 토양 테라로사로 이뤄진 곳인데 커다란 돌들이 풍화되면서 깨진 자갈토양이라 배수가 잘돼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랍니다. 아주 파워풀하며 허브인 유칼립투스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페탈루마 로고. 출처=페탈루마 제공
페탈루마가 속한 호주 최대 와인 유통사 아콜레이드의 아시아 디렉터 그랜트 바이니(Grant Viney)씨가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아들레이드 힐, 클레어 밸리, 쿠나와라를 최초로 개척해 현재 호주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지로 만든 와이너리가 페탈루마(Petaluma)입니다. 특히 페탈루마는 모든 지역의 포도를 맘대로 섞어서 만드는 기존 와이너리와는 달리 한 지역에 가장 잘맞는 품종을 심어 그 지역의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 시작한 최초의 생산자입니다. 때문에 호주 와인의 역사는 페탈루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호주 와인은 매우 큰 몇몇 대기업들이 와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포도밭이 호주 전역의 유명산지에 다 흩어져 있다보니 유럽식 생산지통제규정인 AOC를 도입해 지역별로 따로 따로 만들기를 거부합니다. 이에 대기업들의 요구로 호주 여러 와인산지 포도를 맘대로 섞어서 만들도록 정부가 허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뉴사우스웨일즈,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를 합친 ‘사우스 이스턴 오스트레일리아(남동호주)’라는 엄청난 넓이의 와인 산지가 탄생하게 되죠. 펜폴즈 그렌지(Penfolds Grange)가 호주를 대표하는 생산자이지만 역시 모든 지역의 포도를 섞어 만듭니다. 하지만 페탈루마는 한 지역에 잘맞는 품종을 찾아내고 그 지역의 떼루아를 고스란히 한병에 담는 와인을 빚는데 집중해 호주 와인의 르네상스를 부른 주인공입니다.
페탈루마 엘로우 레이블 리슬링 클리어 밸리.

페탈루마 리슬링 한린 힐 클레어 밸리는 페탈루마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클레어 밸리에서도 최고급 포도밭인 한린 힐 빈야드에서 만든 리슬링입니다. 페탈루마가 1968년 개척한 포도밭으로 높은 자연 산도와 풍부한 라임 아로마가 매력적입니다. 해산물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페탈루마 옐로우 레이블 샤르도네 피카딜리 밸리.

페탈루마 샤르도네 피카딜리 밸리는 아들레이드 힐에서 가장 서늘한 기후를 지난 지역에서 빚은 와인입니다. 30년 이상된 포도밭은 이른 아침의 따뜻함을 가장 잘 활용하도록 북동쪽의 가파른 면에 있으며 우아하고 상큼한 산도의 섬세한 샤도네이가 빚어집니다. 열대과일 등 생동감이 넘치는 과일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삼계탕이나 오삼불고기와 잘 어우러집니다.
페탈루마 카베르네 소비뇽 쿠나와라 에반스 빈야드.

페탈로마 쿠나와라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1968년 조성된 쿠나와라 한가운데의 에반스 빈야드의 포도로 만듭니다. 우아하고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입니다. 매년 블렌딩 비율은 달라지는데2013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메를로 19%, 쉬라즈 8%를 섞었습니다.
페탈루마 쉬라즈 애들레이드 힐.

페탈루마 쉬라즈는 애들레이드 힐 서쪽 비옥하고 따뜻한 모래 토양인 마운트 베이커에서 빚은 와인으로 운모가 함유된 화강편암 토양서 야성적인 쉬라즈가 부드럽게 길들여집니다. 차돌박이 볶음밥과 김치에 고기한점 올려 곁들이면 쉬라즈의 스파이시함과 잘 어울립니다.

페탈루마 와인은 옐로우와 화이트 레이블이 있는데 옐로우는 플래그쉽 와인으로 6∼7 개의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됩니다. 그해 포도의 품질에 따라 가장 적합한 포도밭을 선택해 와인을 빚습니다. 페탈루마 옐로우 라벨 쿠나와라와 페탈루마 리슬링 한린 힐은 호주 프리미엄 와인을 선정하는 랭턴 클래식 엑셀런트 등급와인이기도 합니다. 

글·사진=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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