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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혈세 빼먹는 부정수급, ‘어금니 아빠’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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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5 23:41:14 수정 : 2017-10-15 23: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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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친구를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국민에게 또 한 번 충격을 던지고 있다. 고급 외제차를 몰면서 공짜 복지 혜택을 누린 이중적 삶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까닭이다. 이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2005년 이후 매달 100만원이 넘는 생계급여와 장애수당, 급여수당에 통신요금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받아왔다.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가야 할 혈세를 야금야금 먹어치운 것이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공적 자료와 연계해 수급자격 여부를 확인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법을 써 빠져나갈 수 있다. 이씨는 여러 대의 외제차를 보유한 정황이 있으나 배기량 1999㏄ 승용차 한 대만 자기 명의로 등록했다.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2000㏄ 미만 차량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재산으로 인정하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씨는 치료비 명목으로 거둔 돈도 차명통장 등으로 관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와 같은 부정수급 사례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생활 급여 부정수급으로 환수결정된 금액은 2013년 76억원에서 지난해 212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1억원 이상의 금융재산을 보유했거나 2억원이 넘는 주택이나 2대 이상의 자동차를 가진 이들이 기초생활 혜택을 누려오다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에 부정수급 환수율은 2013년 68.3%에서 지난해 55.9%로 되레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장애인연금, 의료급여, 개인건강보험급여 등 각종 복지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 2012년부터 5년간 복지부 주요 8개 복지급여와 연금 관련 부정수급 환수결정 건수는 총 184만1757건에 금액으로 4582억원이 넘는다. 이러니 복지예산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보건·노동을 포함한 내년 복지예산은 146조원에 이른다. 올해보다 12.9%나 증가한 수치다. 기초·장애인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국가치매책임제 등 폭증하는 복지 수요에 부응하자면 복지예산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 수밖에 없다. 부의 양극화에 따른 사회 균열을 메우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복지 지출의 효과를 높이려면 혈세를 탕진하는 부정수급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이 되지 않도록 구멍 난 복지체계를 수술하는 일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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