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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잠시나마 너의 엄마·아빠일 수 있어서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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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6 13:00:00 수정 : 2017-10-16 14: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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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동자가 빛나는 나마타(6)는 제법 공부를 잘했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도 있었다. 아이를 만난 게 행운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아이에게 좋은 조력자가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어느날 나마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상할 수도 없었던 말을 해버렸다.

“저와 엄마는 함께 요리하는 걸 즐겼어요. 교회도 같이 다녔고요. 학교도 바래다주셨어요. 저희 엄마는 속은 거예요.”

네 자녀, 남편과 함께 부족할 것 없이 살아온 난 따뜻한 세상 만들기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악(惡)이 판치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행복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고의 방법이 입양이라 생각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국 오하이오 주(州)의 사진작가 제시카 데이비스(사진 왼쪽에서 두번째)는 2013년 우간다에 살던 나마타(6)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네 자녀, 남편과 함께 부족할 것 없이 살아온 제시카는 자기들이 가진 행복을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어 입양을 결정했다. 그러던 어느날, 제시카는 나마타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만다. 사진은 나마타 가족의 즐거운 한때. 미국 CNN 홈페이지 캡처.


2013년 10월, 우리 부부는 논의 끝에 아프리카 우간다의 아이를 입양키로 했다. 언젠가 우간다에서만 고아가 300만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바삐 중개기관을 오가며 서류를 작성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2015년의 어느날, 우간다에서 온 눈동자가 검은 아이 나마타(6)를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됐다.

입양 후 뚜렷한 청사진은 없었지만, 가족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정착한 나마타에게 큰 힘이 되어주겠다는 계획은 있었다. 다행히 나마타는 우리 아이들과도 잘 지냈고, 공부도 제법 잘했다. 자기 생각도 조리 있게 말했다. 그래서 나마타를 만난 게 큰 행운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아이에게 들었다.

 
나마타, 제시카 그리고 제시카의 남편 아담(사진 오른쪽부터). 미국 CNN 홈페이지 캡처.


우간다에 사는 나마타의 엄마는 현지 입양 중개기관에서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면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줄 수 있다”며 “다만, 아이를 완전히 보내는 게 아니라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간다 중개기관이 나마타의 엄마를 속인 거다. 나마타의 엄마는 딸 양육권을 포기한다고 한 적도 없었다. 2014년 3월,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던 나마타의 엄마는 환경이 조금 더 나은 곳에 딸을 보내 살게 한 뒤 다시 데려오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미국의 입양 중개기관도 우리를 기만했다. 이들은 입양으로 둔갑한 아동거래로 이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으며, 미국 국무부는 우리에게 나마타를 보내온 기관의 자격을 3년간 정지하기로 지난해 12월 결정했다.

 
눈을 보며 즐거워하는 나마타. 미국 CNN 홈페이지 캡처.


결론부터 말하면 나마타는 지난해 9월, 고향으로 돌아갔다.

나마타와 정이 든 탓에 아이를 고향에 돌려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강제로 아이 양육권을 ‘박탈’ 당할 뻔했던 나마타의 엄마를 떠올린다면, 소녀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아이를 소유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가게에서 물건을 ‘샀을 때’에나 유효하다.

우리 이야기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 입양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제대로 고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간다면 비슷한 일이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포기하는 게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되어버려서 국제 입양이라는 말 아래 한 가족이 생이별한다면 이보다 더 비인간적인 일은 없다. 국제 입양이 ‘아동거래’가 되면 정말 도움을 주고 싶은 가족이라 할지라도 손을 내밀고 싶지 않을 거다. 국제 입양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나마타가 보내온 사진과 영상 등으로 시간을 채울 때가 있다. 우리집에 와 있는 동안 태어난 동생과 웃는 사진, 할머니와 나란히 있는 사진 등이다. 바닥에 앉은 나마타와 뒤에서 아이를 따뜻하게 쳐다보는 나마타 엄마가 함께 담긴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 딸을 영영 잃을 뻔했던 엄마의 안도감이 사진에서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남편은 잠시나마 나마타의 아빠일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간 나마타. 그리고 나마타의 동생을 안은 채 활짝 웃는 나마타의 엄마(사진 오른쪽). 미국 CNN 홈페이지 캡처.


* 이 기사는 미국 오하이오 주(州)의 사진작가 제시카 데이비스가 CNN에 보낸 ‘우리가 입양한 우간다 아이에게는 가족이 있었다(10월14일자)’는 1인칭 기고문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축약·해석한 글입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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