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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대 의견 짓밟는 국감 행태가 反민주 적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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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8 00:11:56 수정 : 2017-10-18 00: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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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국정감사에서 충남 아산 현충사 본전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적폐라며 교체를 요구했다. 조선 숙종이 1707년 내린 ‘현충사’ 현판이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본전에 있던 숙종 현판은 1960년대 박 전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진행할 당시 구(舊)현충사로 옮겨졌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새로 지었던 만큼 (친필 현판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의원이 “문화계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준 거 아니냐”며 윽박지르자 김 청장은 “전문가들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박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에도 특별히 문제 된 적이 없었다. 현 정부에서 새삼 교체 논란이 벌어진 것은 적폐청산이 국정 최대 과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에게 ‘적폐청산 국감’을 독려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국감과 관련해 “각 부처 장관은 적폐청산에 당당하고 책임 있게 임해 달라”고 했다. 당·정이 적폐청산에 매달리다 보니 50년도 지난 일까지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 국감에서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에게 “어떻게 원자력은 안전하다고 공식적인 석상에서 함부로 얘기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앞서 “우리 원전은 안전하냐”는 야당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김 위원장이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고 재차 확인하자 발끈한 것이다. 유 의원은 “김 위원장이 박근혜정부 때 임명돼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를 내준 장본인이어서 그런 거냐”고 인신공격까지 했다. 유 의원은 3선, 안 의원은 4선 중진이다. 아무리 막말, 호통 국감이라지만 이들의 발언은 상식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의무”라며 격의 없는 토론을 주문했다. 지난 8월 정부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선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기관장을 닦달하는 여당 중진들의 태도는 이런 대통령의 정신과도 배치된다. 상대 의견을 짓밟고 묵살하는 것이야말로 소통을 가로막는 반민주 적폐다. 이들의 행태가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드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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