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메모] 법무부 직원 비웃음 산 법사위 ‘답정너’ 국감

관련이슈 현장메모

입력 : 2017-10-17 19:07:22 수정 : 2017-10-17 22:20: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장관에 대한 출장청문회나 다름없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6일 법무부 국정감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 의원 17명의 고성과 질타가 대부분 장관의 ‘태도’와 ‘가치관’만을 문제삼아서다.

밤까지 이어진 마라톤 국감에서 이슈로 떠오른 것은 박상기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것 정도다.

이날 콘셉트는 ‘답은 이미 정해졌고 넌 그걸 말하면 된다’는 그야말로 ‘답정너’ 국감이었다. 각 당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질의를 하고는 말미에 대뜸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따져 묻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한 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 전 대통령은 왜 탄핵당했다고 생각하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이 부결된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 체제를 이어가는 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장관이 ‘이미 정해진 답’을 말하지 않으면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호통을 늘어놨다. ‘다른 생각’은 허용하지 않았다. 질의하는 의원과 생각이 다르면 법무부가 마치 ‘대단히 문제가 있는 조직’이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문제는 질문을 던진 의원의 소속 정당에 따라 ‘이미 정해진 답’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철저하게 진영논리로 물든 대의민주주의는 국감장에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그렇게 이어갔다. 심지어 이 같은 질의를 하는 의원도 있었다. “장관의 모친이 아파트 판 돈 지금 어디 있나”, “우리 당 대표의 기사 댓글 수가 더 많은데 왜 (댓글 많은 기사) 순위에 왜 빠져 있나.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사무실에서 국감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법무부 직원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국감은 이렇게 12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무의미한 질문 세례에 지친 박 장관이 “의원님 말씀을 검토하겠다”며 그 순간 체면을 살려주면 조용히 넘어갔다. 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스워 보인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문재인정부 첫 국감인 만큼 남은 기간은 생산적이고 내실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배민영  사회부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