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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북핵 ‘트럼프 리스크’와 한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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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8 20:54:21 수정 : 2017-10-18 2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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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트럼프 설득 위해 공감할 화제 찾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5개국을 차례로 찾는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서 북핵 문제의 직접적 당사국인 한·중·일을 아우른다. 지난 5월 중동·유럽 순방과 7월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와 미국 모두에게 이번 순방은 양날의 칼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러시아 스캔들’과 ‘오바마 지우기’ 등 골치 아픈 국내 정치 족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5월과 7월의 외국 방문이 그랬다. 그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동맹도 기꺼이 배신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장했던 동맹의 방위비 분담 증액 등을 방문국에서 다시 요청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사실상 예고하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 노선에 지지자들은 환영했고, 의회의 비판 목소리는 약했다. 대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도 약해졌다. 전통적인 우방 독일과 프랑스조차도 미국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시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의 외교 접근법은 이번 순방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맹의 입장은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발언이 녹음기처럼 재생돼 나올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군사옵션 여지를 열어둘 가능성이 크다. 대북 압박과 제재 기조를 강하게 보여주기 위해 ‘전쟁불사론’이라도 개진한다면 큰일이다. 16일 주미대사관 국정감사 현장에서 만난 야당 국회의원은 이런 우려를 표출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여당 의원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방문국을 곤혹스럽게 하지 않는 게 외교 관례”라며 안심시켰지만, 트럼프가 그런 관례를 따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방식에서 벗어난 트럼프의 행동은 ‘한반도 외교’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상태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 정치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동맹이 당혹스러워한다는 방한 보고문을 공개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이번에 서울을 찾아서도 요지부동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면전에서 자신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는다면 트위터를 통해서 심중을 드러낼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는 북핵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고 난 직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트럼프가 ‘아베의 속삭임’에 잔뜩 전의를 불사르며 문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트럼프가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대북 대화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한·중·일 3국에도 이번 트럼프의 순방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어쩌면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워싱턴에서 했던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틸러슨은 강경 기조가 판을 치는 분위기 속에서 대북 대화 가능성을 전파하고 있으며, 맥매스터는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트럼프의 엄포를 저지한 인물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두고 트럼프를 설득하고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성과를 거두려면 트럼프가 공감할 확실한 화제를 찾아야 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위기를 부채질하는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곤혹스럽지만 이게 현실이다. 자칫 잘못해 트럼프의 방한이 기대한 효과보다는 북한이나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여지도 있다. 이런 경우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문 대통령이나 한국으로서는 지난 6월 워싱턴의 양국 정상회담에 비해 11월 ‘서울 대좌’가 갖는 의미가 더욱 엄중하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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