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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우려 속에 긴장 없는 ‘평온’
해외에선 “조용한 한국 미스터리”
여야 정쟁 속에 위기감 실종
국가 최고 과제는 철저한 안보
TV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 야생세계의 약육강식이 적나라하다. 얼룩말이나 누가 무리에서 이탈해 한눈팔다 어느새 사자의 먹잇감이 된다. 주변의 작은 낯선 소리에도 위협을 느끼고 재빠르게 도망친 녀석은 살아남는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공포를 지니고 있다. 인간 역시 공포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제대로 대비한 국가는 흥했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소멸됐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 촉발된 안보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 외에) 다른 것도 준비하고 있다”며 수시로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최첨단 전투기 등 전략무기들이 우리 영해와 영공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달 아시아 순방에 맞춰 지상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강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달 북한 6차 핵실험 감행 이후 드리운 일촉즉발의 전운은 그대로다. 

박태해 논설위원
전쟁위기라고 하는데도 국민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 핵과 전쟁을 영화 얘기 하는 듯하다. 생존배낭을 화제로 삼지만 배낭 속에 뭐가 들었는지 정도의 호기심 차원이다. 유사시 몸을 피할 대피소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이 거의 없다. 얼마 전엔 북한이 서울 도심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최대 300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국방연구원 시뮬레이션 자료가 첫 공개됐지만 누구도 심각히 여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선 심각하다. 미 하와이주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주민행동지침을 마련해 산하 재난당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일본에 사는 친구는 “서울은 괜찮으냐”고 수시로 물어온다. “지하 벙커를 주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은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전국 순간 경보시스템(J-Alert)’을 구축한 데 이어 정기적으로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정치권의 책임이다. 5000만이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인데도 적폐·신적패 정쟁만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툭하면 캐비닛을 열어 전 정권을 공격하고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을 거부하는 등 보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탓에 국감장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비에 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고 있는데 위험의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국민이 무슨 경각심을 갖겠는가. 미 워싱턴포스트에서 21년간 기자생활을 하고 3년간 한국에 머물렀던 프랭크 아런스는 “한국은 핵무기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라고 꼬집었다. 해외에선 ‘평온한 한국’을 미스터리로까지 여기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국가의 의사결정 기준을 제시한 ‘SPPP이론’이 있다. Security(안보) Power(힘) Prosperity(번영) Prestige(위신)를 말한다. 모겐소는 “그중에서도 국가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안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유념해야 할 이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더 이상 북한과의 대화에 연연해선 안 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얼마 전 “현 정부 대북 유화정책은 체임벌린 정책을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체임벌린 영국 전 총리는 1938년 뮌헨협정을 체결한 뒤 런던공항에서 “전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뒤 독일 아돌프 히틀러는 2차대전을 시작했다. 체임벌린은 영국을 참혹한 전화에 휩쓸리게 했다. 홍 대표의 ‘거친 입’ 정도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섣부른 평화 집착이 미국 등 우방과의 대북공조에 힘을 빼고, 갈등만 키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 모두가 바란다. 하나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국가 지도자의 책무다. 4세기 로마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지금은 평화가 아니라 안보를 말할 때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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