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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주민들 휴식처 산책로에 ‘양심’을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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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9 21:14:32 수정 : 2017-10-19 21: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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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의 조경은 동네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단풍나무 숲길은 명품 산책길이다. 가을의 단풍이 울긋불긋 색깔 옷을 입으면 다른 단지에서도 많이 찾는 동네 명소이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머리를 식힐 때면 새소리와 바람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조약돌에 밀려드는 파도처럼 마음을 씻겨내려 준다. 가족들과도 종종 산책을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런데 꼭 한 벤치를 지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있다.

벤치 위에 마시던 캔 커피, 벤치 밑에 담배 꽁초. 항상 같은 장소, 같은 수의 캔커피. 누군가에게는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즐거웠을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남아 있는 흔적들을 보며 불쾌함을 느껴야 되는 이 아이러니는 뭘까. 학교에서 배우는 공동 생활 규칙이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빗나가 버린 걸까. 과연 우리 같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고 배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성숙한 주인 의식이 아쉽다. 여기저기 버려진 양심의 색감에 청아한 가을 하늘을 입혀드리고 싶다. 깨끗한 단풍나무 숲길을 걸으며 가족과 대화를 하고 싶다. 이런 나의 작은 소망이 큰 사치가 되지 않도록 양심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동주·전주 상산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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