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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칼럼] 코딩교육이 시작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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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2 21:19:22 수정 : 2017-10-22 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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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초·중·고 코딩교육 시작 / 초등교 경우 격주 1시간에 불과 / 기존 과목들과 연계하지 않으면 / 과목만 하나 더 생기는 것 일수도 진화한 새 알파고 제로가 최근 네이처 논문으로 발표됐다. 인간 기보를 참조하지 않고 스스로 두어보며 자체 학습만 했는데 이세돌을 이겼던 작년의 알파고와 백번 싸워 백번 이겼다고 한다. 오히려 이전보다 인간의 기보와 더 닮은 방식으로 두더라는 관찰도 나왔다. 흔히 통찰로 여겨지는 영역조차도 어느 정도는 학습될 수 있는 건가.

인공지능(AI) 시대는 이제 눈앞의 현실이 됐다. 바둑에서 검증된 기계학습 방법이 자율주행차나 지식 검색 등에 사용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시대의 교육은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기계와 구별되는 창의성과 상상력의 중요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는 십인십색이다. 서술식 평가 확대와 코딩 교육이 나오더니, 입시에서 수시의 확대인지 수능으로의 회귀인지 주장이 엇갈리고, 예정됐던 입시개혁안 발표는 1년 유보됐다.

코딩교육의 의무화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이지만, 입시 관련성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예측이나 또 다른 사교육 문제에 대한 우려는 벌써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 정규 과정에서 컴퓨터 교육을 시작했다가 2008년 완전히 폐지하는 곡절을 겪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아이폰 충격을 겪었고, 영화 아바타를 보며 가상현실 기술의 힘을 남의 일로 구경해야 했다. 우리나라가 하드웨어의 경쟁력에서는 세계 최고를 다투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는 뒤처진다는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둔 온라인 코딩 교육 기관인 코드카데미의 창업자 자크 심즈는 작년 방한했을 때 컴퓨팅 문해력을 강조했다. 이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을 말한다. 프로그래밍 기술의 개선으로 원래 프로그램의 속도를 수십 퍼센트 개선할 수 있겠지만, 수십 배 또는 수백 배의 개선은 알고리즘의 개선에서 온다는 것이다. 여러 방법 중에서 최적인 것을 찾아내고 판단하는 능력은 수학 교육이 지향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과 다르지 않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야심 차게 시작하는 코딩교육에는 넘어야 할 현실의 벽이 크다. 촘촘히 짜인 교과과정에서 시수를 짜낼 방법이 없다 보니 초등학교의 경우 연 17시간, 즉 격주 1시간에 불과하다. 기존 주요 과목과 연계해 녹여내지 않으면 불편한 과목 하나 더 생기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 5~14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매주 1시간을 교육하는 영국의 컴퓨팅 과목은 1~2단계에서는 논리적 생각의 방식을, 3~4단계에서는 생각의 표현(프로그래밍 언어)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단계론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시각도 있다. 7세 이상의 학생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친 세계 최초의 국가인 에스토니아는 2013년 컴퓨터 기반 수학(CBM) 교과과정을 시작했다. 기존의 수학교육과 코딩교육을 통합하는 교육 실험이다. 인구 130만명의 소국 에스토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창업이 많은 나라다. 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인데, 2015년 과학 분야에서는 11위 한국을 크게 제치고 3위를 했다.

CBM을 설계한 주인공인 콘래드 울프람 박사는, 기존의 코어 과목과 긴밀하게 연결해 학습해야 하는 컴퓨팅적 사고는 4개의 단계로 나누어진다고 말한다. ‘이 자전거 헬멧은 조금 불편한데 어떻게 개선하지’와 같이 애매하게 표현된 문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정리하는 게 1단계다. 불편이나 개선이 뭔지를 정량화하는 과정이다. 2단계에서는 이를 알고리즘 또는 코딩으로 번역한다. 3단계서는 인간이나 기계의 계산력으로 알고리즘을 수행한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이 결과를 원래의 상황에 맞추어 해석한다. 즉 향상된 헬멧 설계로 가시화한다. 그는 이러한 CBM이 과학교육이나 역사교육 등과도 결합해 컴퓨팅적 사고의 향상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코딩교육도 독립교과의 성격을 넘어 기존 주요 과목에 녹여내는 방식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담임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경우는 특히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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