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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고교 서열화 안돼… 학생이 행복한 학교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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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2 21:13:51 수정 : 2017-10-22 17: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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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바람 불어넣는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 / 2016년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 / 힘든 시기 부임… 대대적인 혁신 / 수능 중심서 수행·토론식 수업 / 학생들도 눈빛 달라지고 활기차 / 창의·잠재력 키워줄 자율권 허용 / 교육계 전반 변화의 바람 불길 서울 관악구 미림여자고등학교에서는 지난해 3월 주석훈(53) 교장 부임 이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교장실 벽과 출입문에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창이 생겼다. 한쪽 벽면에 1∼3학년생 모두의 진로·진학 꿈이 담긴 게시판이 걸렸다. 전체 조회 시간은 교장의 훈화 말씀 대신 학생과 교사의 자기 발표로 꾸려졌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 대비 위주였던 수업은 수행평가와 토론식 수업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자율형사립고 시절(2011∼2015년)에도 없었던 서울대 합격자가 5명이나 나왔다.
주석훈 교장이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미림여고 교장실 한쪽 벽에 걸린 게시판을 설명하고 있다. 이 게시판에는 이 학교 1∼3학년생 모두의 얼굴 사진과 진로·진학 꿈 등이 담겨 있다.
이재문 기자

“지난해 입시 결과가 아이들의 역량과 그간의 교육 변화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교장의 실력은 입시실적’이라는데,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죠. 제가 주장하는 교육의 방향과 비전을 믿고 이해하고 따라 준 학생과 교사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수능 마지막 모의고사 격인 전국연합학력평가 다음날인 지난 18일 미림여고 교장실에서 만난 주 교장의 말이다. 주 교장은 만나자마자 대뜸 올해 진학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전제한 뒤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일반고 전환 후 입학한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내년에는 더 괜찮은 결과를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미림여고는 저조한 입시실적으로 신입생 미달사태가 지속하자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복귀했다. 미림여고 재단(이사장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은 당시 ‘공교육계의 고수’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을 영입했다. 한영고(1992∼2007년)와 한영외국어고(2008∼2010년) 영어 교사, 인천하늘고(2011∼2015) 교감으로 재직한 주 교장은 ‘서울교육청 교육과정연구회·대학진학지도지원단’,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등의 활동으로 영어교육·진학지도에 관한 실력과 열정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임 첫해 그의 어깨는 무거웠고 머릿속은 착잡했다. 주 교장은 “일반고 전환 과정에서 학교에 어려움이 많았고 학생들도 굉장히 힘들어했을 것”이라며 “끝까지 학교를 지켜준 아이들이 애틋하기도 하고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뛰었던 지난 2년”이라고 자평했다.

조금씩 희망의 밑천을 채워갔다. ‘서울대 몇 명 보내라’는 말 대신 “어려운 동네 아이들이니까 졸업 후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이사장의 당부에서, 교과 집중 이수제와 영어 테마수업 도입, 수행평가 개선 등을 위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연구하는 교사들의 열정에서 혁신의 근거를 찾았다. 무엇보다 자사고 시절보다 더 활력이 넘치는 수업과 자신감 넘치는 학생들 눈빛, 내신 5등급 학생의 ‘인서울’ 대학 합격에서 학교 운영 방향과 전략이 틀리진 않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주 교장은 “교육관을 굳이 말하자면 학생이 모두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배우고 생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이 수업을 듣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교사를 만나는 게 즐거울 때 비로소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고, 이 때문에 교사와 학교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미림여고가 특별반을 운영하지 않고 개인체험학습을 불허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주 교장은 “한 명의 아이라도 소외되거나 상처 받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게 교장으로서 가진 유일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신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나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에서도 어김이 없다. 그는 바람직한 대학입시 전형과 관련해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2035년을 가정해 역순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 성적순대로 좋은 대학이 결정되는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길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장의 다음 말은 미림여고에서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일반고는 물론 한국 교육계 전반에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사고와 외고·과학고는 수능 중심의 입시체제에 특화한 학교였지 그들이 말하는 수월성이나 다양성, 창의성 교육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부 ‘특권학교’에만 부여했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을 모든 고교에 전면 허용하고 학생들에게 고교 선택권을 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학교 간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질 것이고 고교·대학 서열화는 사라질 것입니다. 2035년 한국 교육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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