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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비를 모시고 와/ 굽은 허리를 씻어 드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자를 보며/ 나는 과연 몇 살까지 내 몸을 내 손으로 씻을 수 있을까 가늠해 본다// … 천천히 내 몸을 내가 간수하여야 한다/ … 그리하여 내 아들이 육십쯤 들었을 때쯤/ 나의 등을 맡기고 싶다.” 시인 전재현의 ‘늦은 사우나’라는 시다.

우리나라 노인의 운동 부족이 심각한 편이라고 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65세 이상 노인의 신체활동 실천율을 조사해보니 10명 중 3명만이 제대로 운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다 보니 노인 10명 중 7명은 2개 이상 만성질환, 3명은 우울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운동 부족으로 아픈 노인이 많다는 의미다.

건강관리를 잘해 부러움을 사는 청년 같은 노인도 적지 않다. 대구에 사는 서영갑(81)씨는 64세에 보디빌딩을 시작해 각종 대회에서 50여 회 수상한 국내 현역 최고령 보디빌더다. 매일 아령과 역기를 이용해 2시간씩 운동을 한다. 뒤태만 보면 40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91세인 방송인 송해의 장수비결은 매일 아침 사우나와 ‘BMW’ 실천이라고 한다. BMW는 Bus(버스), Metro(지하철), Walking(걷기)을 뜻한다. 이상적인 아버지 1순위로 꼽힌다. 장수하면서 경제활동까지 하기 때문이다.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로 98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주 3회 수영장을 찾고, 하루에 50분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김 교수가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라고 한 것은 건강이 받쳐 준 덕분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 노인의 체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일본스포츠청이 얼마 전 “지난 18년간 65세 이상의 체력과 운동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며 구체적 자료를 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정부가 나서 노인의 운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노인진료비가 지난해 25조원을 넘어섰다. 국가 차원의 노인 운동 관리가 시급하다. 하나 제 몸은 제 스스로 챙기는 게 중요하다. 무릎이 성하고 심장이 건강할 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불원간 닥칠 노년에 제 몸을 제 스스로 씻기 위해서라도.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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