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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원전 공론화위, 시민성의 승리… 집단지성 가능성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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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7 20:45:06 수정 : 2017-10-27 2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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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선임연구위원 / 2박3일 합숙토론 세션 사회자 참여 / ‘숙의민주주의’의 태동 직접 목격 / ‘목표 지향·속도 조정’ 절묘한 결과 / 한국 행정사 ‘전환의 이정표’ 평가 / 예리한 질문·지적 에너지 놀라워 / 조심해야 할 건 ‘과정상의 왜곡’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2박3일 합숙토론의 세션 사회자로 문재인정부 첫 공론화를 지켜본 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이번 공론화 과정을 “한국 행정사에서 ‘전환의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대의민주주의적 합의에 기초한 행정 패러다임에 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박근혜정부 국민대통합위에서도 공론화를 설계했었던 그는 이번 공론화에 대해 “정부도, 정치권도 못 내리는 절묘한 결과를 시민이 나서서 내려준 것”이라며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봤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정부가 책임 소재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것 등 미숙한 점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생소하지만, 우리 행정사에 첫발을 디딘 ‘숙의민주주의’의 태동에 대해 은 위원의 목격담을 들어봤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지켜본 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서울 불광동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론화는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의 성공적 융합 사례”라고 평가했다.
남제현 기자
―공론화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목표는 지향하되 속도를 조정하라는 절묘한 결과가 나왔다. 시민성의 승리다.”

―하이라이트였던 2박3일 합숙토론 참관기를 들려 달라.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시민참여단 한 조에서는 첫날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나갈 때는 그 둘이 농담도 할 정도로 친해졌다. 상대방 말을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주장엔 동의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메시지 순환이 빨라지고, 서로의 주장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마지막엔 축제처럼 끝났다. 제 관찰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과 다른 의견이 채택되더라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90% 이상이 긍정 답변을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토론의 질은.

“각 조에 질문을 100개씩 만들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놀란 예리한 질문이 많았다. 발표자들이 제시하지 않은 데이터를 제시하기도 했다. 471명이 모였을 때 이론적으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집단적 지적 분위기를 형성해가는 에너지가 보였다.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봤다.”

―아쉬웠던 점은.

“주로 전문가 토론을 시민참여단이 듣고 판단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토론배틀’처럼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았다. 주장의 내용이 아니라 스피치 스킬에 더 이목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한수원 등이 주축이 된 건설 재개 쪽은 조직적이다보니 준비가 치밀했다. 건설 중단 쪽도 베테랑들이 참여했지만, 주로 시민단체 출신인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조직적이었다. 발표자들끼리 그날 아침 처음 보기도 했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더 준비된 쪽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권고안에 에너지 전환(탈원전) 권고가 들어가 ‘월권’ 지적을 받았다.

“공론화의 1차적 목적은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 여부였다. 하지만 찬반만 물으면 돈을 많이 쓴 세련된 여론조사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환 관련 문항을 넣어 대안적 권고안이 나온 것이다. 공론화위에 물어보니 에너지 전환 관련 문항은 1차부터 4차까지 꾸준히 포함됐다고 한다. 찬핵 측도 에너지 전환 질문이 들어간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3개월간의 공론화 전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처음에 시민배심원제라고 하던 것을 공론조사, 공론화 등으로 섞어쓰며 개념이 흔들리고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져 휘청거렸던 점이 아쉽다. 공론화위를 구성할 때 공무원들이 먼저 세팅해서 위원을 위촉하고, 공론화위가 찬반 양측에 자료집 목차를 미리 결정해 통보한 점 등은 전형적으로 관료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례다.”

―공론화로 이미 결정된 정책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책 신뢰는 정책을 바꾸는 데서 깨지는 게 아니라, 바꾸는 이유를 모를 때 깨진다. 오히려 공론화를 통해 신뢰가 생겼다. 지금까지 일방적 홍보에 의존했다면, 공론화로 처음 원전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이 생긴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공론화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특정 정권에 가까운 방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공론화는 중립적인 방식이다. 문제는 편향된 정보를 주는 등 과정상의 왜곡이고 이를 감시해야 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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