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령대에서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건설 재개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20, 30대에서 증가 폭이 더욱 컸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결과였다. 2030은 1차 조사에선 건설 중단을 재개보다 많이 선택했다. 하지만 합숙토론 뒤 최종 조사에선 건설 재개 비율이 30%포인트 가까이 늘고 중단 비율을 앞섰다.
고도의 기술로 추출된 시민참여단 471명을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할 때 이들은 전체 2030세대를 대표한다. 탈원전에 비판적인 언론 일부는 감격해 ‘2030도 입장을 바꿨다’고 대서특필했다. ‘뭘 모르는’ 2030도 공부를 하고 나더니 원전에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로, 전형적으로 이들을 교육 혹은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다. 40대 후반인 한 왕년의 ‘운동권’ 선배는 이들을 물질적, 개인적 행복에만 연연하는 ‘사상도 신념도 없는 요즘 애들’로 치부했다. 모두 석연치 않은 해석이다.
합숙토론을 실제 지켜본 이들은 어떻게 분석할까. 김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1차 조사에서 이들 중 판단 유보가 과반이 넘었던 것은 원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고, 이후 정보를 접하며 굉장히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라본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실용’의 의미는 토론을 참관한 한 교수의 증언에서 유추된다. “양쪽 준비가 상당히 차이가 났다. 건설 재개 쪽은 조직적이었다. 숙련된 티가 났고 목숨 걸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건설 중단 쪽은 열심히 했지만 좀 아마추어 같았다. 발표 기회를 고루 나누려고 여러 발표자들이 시간을 쪼개다 보니 산만했다. 2030은 더 준비돼 보이는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참관한 다른 전문가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바라봤다. “2030은 기존 정보 축적량이 적고, 또래집단에 의한 동질화가 쉽다. 쉬는시간, 식사시간에 끼리끼리 얘기하며 의견이 쏠린 것 같다.”
홍주형 정치부 기자 |
이런 2030에게 어떤 가치나 정책을 설득하려 하는 정치세력이나 정책결정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데이터와 논증에 근거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기존의 당위나 감정에 호소하고 가르치려 하면 이들은 설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상도 신념도 없다고 비판한들 그게 새로운 세대의 특징이라면 맞춰 대응해야 한다. 10∼20년 뒤, 이들이 주요 결정의 주체가 될 대한민국을 상상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이들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의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
홍주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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