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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3D… 예술적 통찰의 소재·도구가 되다

입력 : 2017-10-31 21:08:30 수정 : 2017-10-31 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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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술적 통찰은 늘 당대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최근 들어 작가들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소재나 도구로 삼아 작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오원배와 김두진 작가의 근래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 소외와 실존의 문제를 다루어 온 오원배(64·동국대 교수) 작가는 신작에서 인공지능로봇이 일하는 공장을 그렸다.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긴 데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규칙이 정해진 게임에선 기계가 사람을 이길 수도 있다고 애써 위로를 해봤지만 이후 상황은 그것이 아니었다.

일본에선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고,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딥 드림’이 복제한 렘브란트와 고흐 작품이 옥션에서 팔려나갔다.

오원배 작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성영역까지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지요.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그의 또 다른 그림에서 인간이 인공지능로봇의 동작을 열심히 익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계를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노동현장에서 밀려난 인간들의 처절한 소외라 할 수 있다. 깊이 있는 색감이 삭막함을 더해주고 있다.

32m 길이의 대작에 그려진 군상들은 흡사 전체주의 병영이나 산업현장에 유폐된 모습이다.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몸짓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로봇들이 기세가 활기차다. 진정한 휴머니티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게 한다. 12월 23일까지 OCI미술관에서 이 같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두진 작가
김두진(44) 작가는 서양 고전명작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피를 벗겨낸 해골 이미지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3D 모델링 프로그램 ‘라이트웨이브’를 통해 이룬 디지털 회화다. 할리우드 영화 CG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들과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모세, 피에타 같은 작품들이 소재로 쓰인다

작가는 해골이라는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층적인 이분법적 인식구조의 타파를 꿈꾼다. 뼈 상태에서는 구별도 구분도 사라졌다. 이 같은 작업은 커밍아웃한 성적 소수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위축이 큰 몫을 했다.

“죽음을 통해 문명과 야만, 기독교와 이교도, 신성과 세속, 예술작품과 동물뼈, 미와 추, 남과 여, 이성애와 동성애, 죽음과 삶이 와해되는 지점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구별이 무의미한 것이지요.”

어쩌면 성적 소수자로서 혼란스럽고 모순된 감성이 죽음을 통해 중화되고 정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더 나아가 십장생 중에 영생을 상징하는 사슴뼈로 모델링한 인물 이미지작업을 보여준다. 니트같이 촘촘히 짜여진 모습이다. 주로 남성적 이미지로 견고한 남성 위주의 사회를 은유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인공지능로봇을 형상화한 오원배 작가의 작품 ‘무제’.
미켈란젤로의 모세를 패러디한 김두진 작가의 작품‘모세’.
“실상은 근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사슴뼈 이미지들의 집합체입니다. 삶의 모든 욕망의 근원인 신체가 산화되고 남은 유골이지요.”

굳이 사슴뼈로 한 이유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 재탄생되는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영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분법적이 경계로 표상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대지가 존속하는 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규정할 수 없기에 한켠 두렵지만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숭고한 욕망’이지요.”

칸트가 대자연에서 숭고미를 발견했던 점을 떠올리게 해준다. 표상 불가의 광활하고 장엄한 대자연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압도적인 미가 바로 숭고미다. 작품들은 디지털프리팅으로 출력된 것들이다. 11월2일부터 12월16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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