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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을 밥 먹듯 한 집단이 있었다. 페르시아 북부의 물레헤트 왕조. 이스마일·아사신·산속장로파로 불린 이슬람 시아파의 별류다. 암살범을 뜻하는 ‘Assassin’은 이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물레헤트 왕조에서 암살로 이름을 떨친 인물은 알라오딘이다. 1200년대 페르시아 지역을 암살 공포에 떨게 했다고 한다. 얼마나 치를 떨었으면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변했을까.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 남긴 글. “물레헤트는 ‘산속 노인’이 살던 나라다. 노인의 이름은 알라오딘이다. … 수많은 국왕과 영주는 살해되지 않을까 두려워 조공을 바쳤다.” 어떻게 암살을 했을까. 천국을 내걸었다. 12∼20세 젊은이를 성으로 데려와 주지육림에 빠뜨렸다. 미녀들이 종일 노래를 부르고 교태를 부리며 시중을 들었다. 이를 통해 그곳이 바로 무함마드가 이른 천국임을 확신시키고, 그에 취한 젊은이를 풀어 암살에 나섰다.

왕조는 영원했을까. 1259년 전후 훌라구칸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포위한 지 3년, 마침내 성을 함락했다. 훌라구는 알라오딘과 자객단을 처형했다. 훌라구는 누구일까. 칭기즈칸의 손자로, 몽골제국 5대칸인 쿠빌라이의 동생이다. 서아시아의 일한국을 다스린 칸이다.

공포를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은 ‘암살 정치’. 영원할 수 없다. 왜? 위기 때에는 아무도 돕지 않으니. 빈틈이 생기거나 강한 상대를 만나면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알라오딘이 그랬다.

김정남의 장남 김한솔을 해치려던 북한 정찰총국 암살 공작조가 베이징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7명 중 2명을 체포했다. 어떻게 잡았을까. 중국 내 북한인을 철통 감시했을 법하다. 그렇다고 암살 조직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중국도 대북 휴민트를 풀가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조선족과 북한 주민이 중국 휴민트 조직의 기반을 이룰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궁금한 것은 북한 정권의 미래다. “북한은 언젠가 무너질 정권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아니더라도 장삼이사가 모두 그런 말을 한다. 알라오딘의 운명은 역사의 거울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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