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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예산 불용’ 변명만 늘어놓은 여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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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31 19:16:45 수정 : 2017-10-31 22: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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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해도 아니고 몇 년 동안 20%씩 예산이 불용됐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경제로 치면 경제순환이 멈춰 있는 상태인 거죠.”

한 예산 전문가의 진단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30일 ‘있는 돈도 안 쓰는 아이돌봄 서비스’라는 제목으로 서비스 운영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대기가 길어 ‘하늘의 별 따기’, ‘로또’라는 부모들의 푸념이 나올 때마다 예산의 한계를 들먹였던 정부가 사실은 매년 20%씩 시간제 돌봄 예산을 남겼고 4년 동안 수백억원을 들여 신규 아이돌보미 1만8000명을 양성했는데도 정작 늘어난 인원은 3000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 들은 전문가는 “예산은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시스템이 정지한다”며 “아무래도 돌보미 단가(시급)나 처우에 문제가 생겨 인력 공급이 안 되고 결국 서비스 제공도 원활히 되지 않는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돌봄 서비스를 속속들이 알지 않아도 예결산 현황과 몇 가지 통계만 알면 내릴 수 있는 진단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업을 수행하는 여성가족부는 기사가 나간 다음날 설명자료를 배포했는데, 그걸 읽다보니 요즘말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설명내용 첫 줄부터 그랬다.

여가부는 ‘돌보미 처우개선을 위해 내년 돌보미 시간당 수당을 6500원에서 7530원으로 증액한다’고 했는데, 7530원은 다름아닌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을 주면서 처우개선 운운하는 것도 코미디지만 최저임금 대비로 계산하면 시급은 올해 100.5%에서 내년엔 100%로 오히려 주는 셈이 된다.

설명자료엔 정부지원 시간을 연간 480시간에서 내년엔 600시간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구에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소비자가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과 ‘돌보미들이 일하려는 시간’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거다.

정부지원 시간이 720시간이었던 2014년이나 480시간으로 줄어든 2015년 이후나 서비스를 기다리는 부모들의 대기는 길었고 예산의 20%가 불용되긴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10년간 100조원을 쓰고도 저출산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들에게 당장 필요하고 절실한 서비스가 탁상행정으로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봄 서비스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여가부에게 필요한 건 구구한 변명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반성이고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다.

윤지로 사회부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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