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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와인병 오픈했을때 썩은 냄새가 난다면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11-02 06:00:00 수정 : 2017-11-10 10: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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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최대 유기농 와이너리 에밀리아나
모든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빚어
에밀리아나 대표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가끔 와인병을 오픈했을데 썩은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주범은 바로 이산화황(SO2)때문입니다. 와인의 산화와 미생물에 의한 부패 방지를 위해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어쩔수 없이 보존제로 이산화황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산화황을 과다 사용하고 산소가 부족하면 남아도는 이산화황이 와인속의 수소와 만나 결합하면서 썩은냄새를 만들어 냅니다. 이산화황은 숙취나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이 되기때문에 나라별로 사용량을 엄격하게 제한하죠.

이산화황은 포도수확과 양조과정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1차 발효때 효모가 포도당을 먹고 알코올을 생산하는데 어떤 효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야생효모는 다양한 맛이 나지만 컨트롤이 안된다는 단점이 큽니다. 따라서 생산자가 완벽하게 자기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산화항을 넣어 기존 자연효모를 다 죽여버리고 정제된 배양 효모를 투입합니다. 저가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에 묻어있는 자연 효모를 쉽게 정리하기 위해 허용된 범위안에서 최대한 많은 이산화황을 사용합니다. 

에밀리아나 포도밭 전경
1차 발효가 끝나면 시큼하고 날카로운 산이 만들어지는데 2차 발효인 젖산 발효를 거치면서 이런 산이 우유맛이나 요거트, 치즈 풍미로 변합니다. 젖산은 포도 과육에 원래부터 딸려온 것으로 1차 발효 뒤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어지는 과정이죠. 이런 젖산발효를 피하기 위해 이산화황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산화황을 넣어주면 박테리아가 모두 죽어버려 젖산발효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수확때도 이산화황을 사용해요. 포도가 상처나면 산소가 들어가면서 발효가 시작되기 때문에 항균을 위해 이산화황을 뿌리죠. 이처럼 이산화황은 일종의 독성 물질이라 와이메이커들은 이산화항을 쓴다는 얘기를 잘 안합니다.

젠시스 로빈슨
지난 3월 독일에서 기자가 단독 인터뷰한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젠시스 로빈슨은 최근 글로벌 와인의 경향으로 오가닉(Organic),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내추럴(Natural) 와인을 꼽았습니다.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과정에서 화학비료, 농약, 제조체 등 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황 사용도 최대한 억제한 와인들이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실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는 와인의 이산화황도 아예 쓰지 않거나 극히 소량만 사용하는 내추럴 와인바들이 속속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바이오다이나믹은 오가닉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면서 달과 별의 움직임 등 자연의 이치에 따라 가지치기, 수확시기 등을 결정하는 농법을 말합니다. 2015년 칠레 와인 협회(Wines of Chile)가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한 에밀리아나(Emiliana)는 세계 7번째이자 칠레 최초로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입니다. 모든 와인(사진)은 세계적인 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 (Ecocert)의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에밀리아나는 천연 비료만 쓰고 화학 제초제는 일체 사용하지 않습니다. 병충해 방지도 미네랄 오일, 유황, 구리 등 천연 물질을 이용한 제품이나 효소를 함유한 유익 세균과 곰팡이, 동물을 활용합니다. 또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150여종이 넘는 허브와 나무, 콩과 식물들을 포도밭에 함께 심고 있습니다. 건강한 와인이 생산될 수 밖에 없겠죠.

에밀리아나 와인메이커 노에리아 오르츠
에밀리아나가 이처럼 모든 와인을 오가닉으로 생산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에밀리아나 와인메이커 노에리아 오르츠(Noeria Orts)씨는 “사실 에밀리아나도 1980년대 설립때부터 병충해와 잡초 관리에 화학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직원들이 화약약품으로 질병에 시달리게 됐죠. 직원한테 해롭다면 와인 마시는 사람도 해롭다는 결론을 내리고 1997년부터 오가닉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오가닉으로 포도를 재배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땅에 뿌려진 화학 제조제를 성분을 모두 걷어내는 개간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2001년에야 오가닉으로 만든 꼬얌 첫 빈티지가 생산됐죠. 에밀리아나는 그동안 조금씩 포도밭을 오가닉으로 전환하다 2003년에 오가닉 꼬얌이 상을 받으면서 모든 포도밭을 오가닉으로 바꾸게 됐답니다”.

천연비료 재료로 사용되는 쇠뿔
에밀리아나는 땅을 비옥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자연비료를 만드는 것에서 오가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압착한 쇠뿔과 카모마일, 쇠똥을 자연 발효시킨 천연비료를 밭에 뿌리는 것이 오가닉의 시작이죠. 겨울에는 강아지발같이 푹신한 발을 지닌 양들을 풀어 땅을 압축시키지지 않으면서 고르게 다지는 작업을 해요. 또 말이 쟁기를 끌게해 땅을 엎으면서 잡초가 자연적으로 제거되도록 하죠”

에밀리아나는 포도 경작을 하면서 어떻게 자연, 생물과 공존할 수 있을까도 많은 고민을 해다고 합니다. “포도밭을 일구면서 동물이 만들어놓은 길, 자연적으로 생긴 길을 일부러 헤치지 않았죠. 에밀리아나 포도밭은 숲으로 둘러쌓여 있는데 덕분에 길들이 숲과 빈야드까지 이어지죠. 새와 곤충도 함께 해요. 꽃을 심으면 시선이 분산돼 새와 곤충이 포도알을 따먹지 않고 꽃으로 가요. 모든 포도밭에 포도랑 꽃이 심어져 있는 이유죠. 에밀리아나는 이처럼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공존하기 위해 빈야드 외에는 추가로 개간하지 않는답니다”. 자연과 생물을 존중하는 에밀리아나가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다양한 생물과 공존하는 에밀리아나 포도밭
에밀리아나는 오가닉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모든 포도밭을 바이오다이나믹으로 바꿨습니다. 토양의 질을 7년동안 연구한 끝에 일반 포도밭과 오가닉, 바이오다이나믹 포도밭의 차이를 알게 된겁니다. “ 포도밭의 단면을 보면 3가지의 토양이 포도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수 있어요. 오가닉을 하지않은 일반 토양은 흙의 표면부터 약품 성분이 남아 있게됩니다. 당연히 포도 자체도 약품 성분이 묻어나죠. 토양 25cm 깊이 까지는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나믹은 비슷하게 땅이 굉장히 건강하게 잘 살아 있어요. 하지만 60cm까지 더 깊이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지더군요. 바이오다이나믹 토양의 미네랄이 훨씬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게됐죠. 물론 오가닉도 포도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미네랄 등 영양분이 깊숙히 침투되는 특징을 감안할때 전면 바이오다이나믹으로 가야한다고 결정했답니다”. 

코얌
코얌(Coyam)과 지(Ge)가 대표적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으로 남미에서는 최초로 독일의 유명한 국제유기농인증기관 데메테르(Demeter) 인증을 받았답니다. 특히 코얌 2001 빈티지는 2003년 칠레 최고의 와인을 선정하는 칠레와인협회 대회에서 출품된 와인 400여개중 1위에 올라 바이오다이나믹의 와인의 품질을 입증했습니다. 시라, 카르미네르,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무르베드르, 말벡, 쁘띠 베르도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의 향과 블랙페퍼, 로즈마리 등의 스파이시한 아로마와 바이올렛 꽃향기가 조화를 이룹니다. 

지는 칠레 대표 품종인 까르미네를 위주로 시라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었습니다. 블루베리, 검은 송로버섯, 담배, 흑연, 민트의 응축된 아로마와 과실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에밀리아나 오가닉 스파클링 브륏 NV
에밀리아나 오가닉 스파클링 브륏 NV(Emiliana Organic Sparkling Brut NV)는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에서 빚는 와인으로 샤도네이 76%, 피노누아 24%입니다. 에밀리아나가 새롭게 선보이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미네랄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며 버블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터집니다. 모과와 열대과일의 풍부한 아로마, 미네랄이 구운 넛트류의 풍미와 잘 어우러집니다. 균형잡힌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돋보입니다.

살바에
살바에(Salvaje) 2016은 시라 97%에 마르산 8%를 가미했습니다. 에밀리아나 포도밭 최고의 시라와 마르산으로 빚은 와인으로 오디와 블루베리의 진하고 검은 과일향과 블랙 커런트, 바이올렛향이 느껴집니다. 

에밀리아나 레이트 하베스트
에밀리아나 레이트 하베스트(Emiliana Late Harvest) 2013은 소비뇽 블랑 85%, 게뷔르츠트라미너 15%를 블렌딩 스위트 와인입니다. 소비뇽 블랑 비율이 높아 스위트하면서도 산도가 잘 뒷받침돼 질리지 않는 달콤함을 선사합니다. 말린 꽃향기, 달콤한 꿀 향기, 송로버섯, 흙냄새에 후각을 자극하고 꿀에 절인 사과, 호두, 캘털롭(오렌지색 메론), 오렌지 등 달콤한 과일류의 풍미가 주를 이루며 부드러운 질감이 긴 여운으로 기분 좋게 이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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