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금수산 정방사는 의상대라는 절벽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정방사 찾아가는 길엔 수려한 청풍호 풍경이 따라오고, 울창한 숲길은 어느 곳보다 단풍이 진하게 물들었다. 정방사 마당에서 바라보면 월악산과 청풍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
아직 단풍도 제대로 못 보고 한해살이 갈무리할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더 늦기 전에
배낭을 챙겨 단풍옷 입은 금수산으로 길을 나선다. 길게 누운 미녀의 모습을 한 능선에 반해
오르고 또 오르면, 그 끝에선 청풍호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힐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불안불안’하다. 갑자기 날이 추워졌다. 가을이 짧다지만 벌써 두꺼운 외투를 찾게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다. 11월 중순까지는 ‘가을가을’한 날씨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기대가 컸나 보다. 짧아진 가을을 즐기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청풍호 전망대 가는 길의 산마루주막은 겨울을 나기 위한 장작을 쌓아놨다. |
단풍을 즐기며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충북 제천이 빠지지 않는다. 청풍호를 끼고 달리며 단풍 구경을 해도 좋고, 시간이 괜찮으면 잠시 트레킹하며 산에 연지곤지를 찍은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 바로 아래 제천은 중부지방에서 가장 먼저 단풍을 맞이하는 곳이다. 그중 해발 1016m의 금수산은 이름답게 울긋불긋한 비단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금수산은 멀리서 보면 능선이 마치 길게 누워있는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미녀봉이라고도 불리기도 하고, 백암산이란 이름도 있었다.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를 지낼 때 산의 자태가 곱고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고 고쳐 부른 것이 금수산이 됐다.
금수산은 다리품을 팔아 올라도 되고, 승용차로 올라 즐길 수 있는 풍광을 가진 곳도 있다. 서로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다리품을 들여 오른다면 수산면 상천리 쪽으로 오르면 된다. 들머리는 상천마을 주차장이다. 여기서 망덕봉까지는 약 3㎞이고, 망덕봉에서 금수산 정상까지는 약 2㎞다.
금수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
주차장에서 30분가량 가면 망덕봉과 금수산 갈림길이 나온다. 망덕봉 방향으로 10분 정도 오르면 용담폭포를 만날 수 있다. 폭포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며 이는 물보라를 기대했다면, 가을부턴 수량이 적어져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용담폭포는 폭포뿐 아니라 그 위에 있는 선녀탕을 봐야 한다. 용담폭포에서 내려와 바위전망대로 갈 수 있는 철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하면 된다. 경사가 제법 심한 계단이 100여개 된다.
제천 금수산 선녀탕과 용담폭포. |
계단이 끝날 때까지 오른 후 산길을 타면 3단으로 나뉜 선녀탕의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녀탕뿐 아니라 그 주위를 둘러싼 암릉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제천 청풍호 전망대에서는 옥순봉과 청풍호가 어우러진 절경과 옥순대교를 향해 나아가는 배를 굽어볼 수 있다. |
청풍호의 모습을 더 잘 보려면 금수산 정방사로 가야 한다. 정방사는 금수산 의상대라는 절벽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정방사 입구엔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만한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한국에서 절로 들어가는 가장 좁은 길이라고 했다. |
정방사 가는 숲길에 단풍이 진하게 물들었다. |
정방사 해우소는 칸마다 앉았을 때 사람 눈높이에 뚫린 창으로 주위 풍광을 볼 수 있다. |
제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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