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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멍든 일상 당신도 가해자 아니라 말할 수 있나

입력 : 2017-11-02 20:53:29 수정 : 2017-11-02 20: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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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규 감독 '폭력의 씨앗'
평범한 내 친구, 내 아들, 내 형제가 군대에 간다면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주용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였다. 폭력적인 군대 문화를 겪으면서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고, 현실을 바꿔보려 애쓰지만 결과는 늘 절망적이다. 어설픈 저항은 오히려 더 큰 폭력이 되어 돌아온다.

분대원들과 단체 외박을 나온 어느 날, 누군가 선임병의 폭행을 간부에게 폭로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선임병들은 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또다시 폭력을 행사한다. 후임병인 필립의 이빨이 부러지자 주용은 그를 데리고 치과의사인 매형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또다른 폭력을 마주한다. 지역사회 신망이 두터운 매형이 집에서는 수시로 주용의 누나를 폭행했던 것. 두 개의 폭력을 겪으면서 주용은 괴로워한다.

2일 개봉한 영화 ‘폭력의 씨앗’(사진)은 주용의 하루를 통해 일상의 폭력이 인간 내면에 스며드는 과정을 담았다.

필립을 도우려던 주용은 둘 중 ‘희생자’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말한다. “그냥 말해. 네가 했다고 말하라고.” 평범한 폭력의 피해자가 어느새 가해자가 되는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섬뜩하다.

잔인하고 강렬한 폭력에 공포를 느끼면서 일상의 폭력에는 무딘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폭력을 행사했거나 방조하지는 않았는가.’

임태규 감독은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상의 폭력, 군대와 가정을 소재로 일상의 폭력 두 가지를 함께 얘기하고 싶었다. 또 대부분의 가해자는 원래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 사람을 가해자로 만든 사회가 문제라는 점을 꼬집고 싶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폭력에 의해 수직적 위계가 구조화되고 질서의 원리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을 지적한다. 또 나아가 여전히 이어지는 군사문화의 영향이 만연한 한국사회의 풍경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폭력의 씨앗’은 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발견’이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고,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등 신인감독 경쟁부문에 초정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눈길 가는 신인 배우의 발견 또한 반갑다. 주용의 심리 변화를 빈틈없이 묘사한 이가섭은 82분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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