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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현재 규제론 관련 사고 대처 미흡
처벌도 서양에 비해 턱없이 약해
에티켓 못잖게 페티켓에 관심을
자연이라고 할 때의 한자어 ‘연(然)’ 자를 자세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된다. 왼쪽에 고기 ‘육(肉)’ 자가 들어가 있고, 오른쪽에 개 ‘견(犬)’ 자가 들어가 있으며, 그 밑에는 불을 뜻하는 점 네 개가 버티고 서 있다. 옥편에서 이 글자를 찾으려면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 고기 ‘육’ 부나 개 ‘견’ 부가 아니라 불 ‘화(火)’ 부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니까 이 글자는 개고기를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피는 모습을 하고 있다. 불에 태운다는 뜻의 ‘연(燃)’ 자를 보면 좀더 쉽게 알 수 있다. 불 하나로 모자라 왼쪽과 밑에 불 ‘화’ 자를 두 개씩이나 겹쳐서 쓴다. ‘연’(然) 자가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뜻으로 쓰이기 시작하자 그 글자와 구별 짓기 위해 아예 오른쪽에 불을 하나 더 덧붙여 놓은 것이 바로 태울 ‘연’ 자인 것이다.

이렇듯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 개를 먹이로 삼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벼슬아치나 부호처럼 소나 돼지를 잡아먹을 수 없는 서민에게 개는 어쩌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개를 애완용으로 키우지 않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개는 이렇게 주로 식용으로 길렀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1506년 5월 19일자 항목을 보면 “왕은 항상 강아지 한 마리를 길렀는데, 그 턱밑에 방울을 매달아 강아지가 방울 소리를 듣고 놀라 뛰면 이것을 늘 재미로 여겼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왕이란 연산군을 가리킨다. 이밖에도 성종과 숙종 등도 개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좋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최근 유명한 식당 대표가 가수 겸 배우 가족이 키우는 반려견에게 물린 뒤 패혈증으로 숨진 사고가 알려지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개는 목줄이 없는 상황이어서 규정에 따라 관리만 잘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집에서 키우는 개한테 물려 각각 70대 여성과 한 살짜리 아기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는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보다 훨씬 많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개고기를 먹는 습관이 거의 사라진 반면에 집 안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개를 데리고 공원이나 해변을 산책하는 것은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다시피 했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반려동물 인구가 무려 1000만여 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줄잡아 다섯 사람에 한 마리씩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590만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이들 중 68%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응답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과 관련한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게 마련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개에게 물리는 사고 건수를 보면 2011년 245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046건에 이른다. 그래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맹견 지정 대상을 확대하고 상해·사망 사고의 경우 주인을 처벌하고 맹견은 복종 훈련, 안락사 등의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티켓은 한 사회의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다. 에티켓을 잘 지키면 지킬수록 문화의 순도는 그만큼 높다. 에티켓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생겨난다. 서양에서는 반려견이 일반화되면서 ‘페티켓(펫+에티켓)’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동료 인간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에티켓이라면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동료 인간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바로 페티켓이다. 페티켓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반려동물을 적절히 다루는 태도를 말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도를 다시 꼼꼼히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현재의 규제로는 늘어나는 반려동물 관련 사고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 처벌도 서양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약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에티켓 못지않게 페티켓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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