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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이란 내 아이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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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6 21:25:19 수정 : 2017-11-06 23: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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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시장 점유율 18%… 세계 점유율 ‘훌쩍’ / 아이폰 사랑, 자유의 유전자 작은 일부일 뿐
스마트폰의 인기가 종교와 정치를 뛰어넘고 있다. 미국산 아이폰이 이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란 휴대용기기수입협회는 연간 약 3억달러어치의 애플 아이폰이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폰은 이란에서 수입이 금지된 품목이다. 모두 밀수된 기기다. 거리에도 애플 스토어와 아이폰 매장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모두 무허가 업체다.

정보기술(IT) 분야 시장조사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판매량 기준 아이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9%였다. 그런데 이란 휴대전화기 시장 점유율이 18%에 달한다. 현재 이란 휴대전화기 시장은 한국과 중국 업체가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 이다. 판매되는 휴대전화기의 95%가 밀수된 제품이다. 매일 약 3만대의 휴대전화기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다. 이란 정부와 수입업체는 휴대전화기 밀수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정품이 아닌 제품을 이용할 때 화면에 ‘불법 기기 사용 중’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개의치 않는다. 밀수된 제품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아이폰에 대한 정부와 업체의 우려는 더욱 크다. 수입과 유통, 사용이 모두 금지된 제품이다.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는 풀렸지만, 미국의 경제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스토어에서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도 불법이다. 미국과의 갈등의 또 다른 소지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개방을 추구하는 온건파가 이끌고 있는 이란 정부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과 정치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층의 ‘아이폰 사랑’이 보수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제품 아이폰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란에서 부와 개방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 주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보수적 정치 및 종교 환경에 억눌려 있던 젊은 층에게 아이폰은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좀더 화질이 선명하고 기능이 다양한 기기를 손에 쥐는 것이 젊은 층에서 중요한 문화적 흐름이 됐다. 다시는 폐쇄적인 사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 이란은 중동 내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서구화한 나라였다. 에너지의 주요 공급처이자 소련 주도 공산주의 남하를 봉쇄하는 역할을 담당한 미국의 우방이었다. 미국과 서방의 문화가 사회의 주류를 형성했다. 1970년대 이미 미니스커트가 유행했던 곳이기도 했다. 한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리 이름도 교환했다. 서울의 테헤란로와 테헤란의 서울로도 당시에 생겼다.

그러나 혁명 이후 37년 동안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가 피폐했다. 종교가 최고 권력이 되면서 보수적이고 폐쇄된 사회가 됐다. 그러나 2016년 1월 국제사회의 공식적 제재가 해제되면서, 빠르게 과거의 개방성을 되찾고 있다. 자유와 개방의 유전자(DNA)가 아직 이란인들의 몸속에 살아있었다. 아이폰 사랑은 그 DNA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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