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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부동산시장을 흔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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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6 21:32:32 수정 : 2017-11-06 23: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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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만에 내집 장만에 나섰다. 정부가 유례없는 초강력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시점에 집을 사겠다고 하니 열에 아홉은 말린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집을 사려 했다가 “지금은 꼭대기”라는 주위 만류에 전세를 전전하는 사이 사려던 집들이 억 소리 나게 오르고, 이사 다니는 것도 지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보니 상승론과 하락론이 격렬히 맞붙고, 거주지역 홍보전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으나 무주택자보다 유주택자들이 많은지, 부동산 규제책에 대한 찬성보다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컸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분석으로 인기 있는 네티즌이 추천한 한 분양 아파트 특정 타입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관심지역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부동산에 나온 매물을 검색했다. 그런데 매물을 보고 부동산에 찾아가면 2000만∼3000만원씩 호가가 올랐다. 허위매물도 많았다. 101동 10층 매물을 보고 전화하면 실제는 9층이거나 11층인 경우가 허다했다. 여기서 또 부동산 값이 움직인다. 집주인이 10층을 7억원에 내놓으면 포털에는 9∼11층이 6억8000만∼7억2000만원에 올라온다. 매도우위 시장에서는 상단가가 시세가 될 확률이 높다. 중개인들에게 왜 허위매물을 올리냐고 물어보면 네이버 탓을 했다. 네이버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가로 부동산 중개소와 부동산114 등의 콘텐츠 프로바이더(CP)에게서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가 아까워 허위매물이라도 올려 문의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는 매물 1건당 기본 1500원, 현장에 직접 찾아가 허위 여부를 가리는 ‘현장확인매물’이 1만5000원 수준이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막상 집을 보러 갔더니 예고도 없이 다른 매수자와 같이 보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동산들이 매물을 공유하다가 생긴 일이지만, 잠재적 경쟁자와 함께 집을 보니 조급해진다. 여기에 중개인이 “어제 윗집이 최고가에 나갔다”고 거드니 슬슬 불안해진다. 고민할 새도 없이 계좌번호를 받아 가계약금을 보내려고 하니 집주인이 또 2000만원을 올렸다. 중개인은 어김없이 ‘어제 같이 본 다른 손님’을 언급했다.

은행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시스템’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교해보니, 한 외국계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2%대 초반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1%포인트나 낮았다. 역시 낚시였다. 그것은 월평균 5000만원 이상 잔고를 유지하며, 억대의 거래내역 등이 있는 VIP들에게만 적용되는 사실상 특별금리였다. 만 15년 월급통장으로 쓴 주거래은행은 안면 몰수하고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여러 조건을 나열했다.

은행과 부동산 중개인들이 이용하는 부동산 시세표가 달라 난감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중개인들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시세로 안내하는 반면 은행들은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금을 산정한다. 하지만 KB부동산과 실거래가가 많게는 1억원 차이 나다보니 계획 보다 대출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부동산은 의도나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기에 ‘생물’ 또는 ‘신의 영역’이라고들 하지만, 허위 매물과 미끼 대출상품만 없어도 실수요자들이 힘이 덜 빠질 것 같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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