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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동물은 물건 아닌 생명… 동물권 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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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06 21:30:55 수정 : 2017-11-06 21: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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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출신 이형찬 변호사 /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넘어서 / 관련 소송도 자연스레 증가 추세 / 동물 ‘물건’으로 보는 민법 98조 / 시대 뒤처져… 위헌심판 제청 신청 / 습성 맞춰 살게 해주는게 ‘동물권’ / 보장 범위 등 사회적 고민·논의를 ‘인간 복지를 위해 동물 복지를 희생시키는 것은 정당할까, 그것이 불가피한 일이라면 어느 범위까지 허용하는 게 좋을까.’

생명 윤리 기준을 자로 재듯 정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면 결국 조용히 연구하는 것만으론 동물을 둘러싼 논쟁은 평행선만 달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회와 유리된 채 침잠해 있을 게 아니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수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법학전문대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수호 상담실에서 이형찬 변호사가 동물권 정립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바로 수의사 출신 이형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의 얘기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국민이 1000만명을 넘어선 지금 동물 관련 소송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반려인을 변호하는 한편 ‘동물권’ 정립 운동에도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수호에서 식품과 농림, 축산 등 분야에서 전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수의과대를 졸업한 뒤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률 공부를 했고, 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수호 상담실에서 이 변호사를 만났다.

- ‘인권’은 알겠는데 ‘동물권’은 무엇인가.

“동물권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내가 생각하는 동물권이란 동물이 자신의 습성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다.”

- 그러면 반려동물을 집에서 키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맞는 말이다. 동물원도 멸종위기 동물을 보전하는 기능이 있지만, 정작 그 친구들이 원하는 건 초원을 뛰노는 거다. 동물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나는 모든 동물이 같은 수준의 동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동물은 △반려동물(개·고양이 등) △산업동물(소·돼지 등 식용 가축) △야생동물로 나뉜다. 동물마다 다르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 최근 동물권을 위해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

“지난 5월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는 민법 98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광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짜리 차가 사고로 망가졌다고 생각해보자. 1500만원 손해배상은 절대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의 과실로 다치면 반려인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치료를 위해 동물의 시중 가격을 능가하는 수천만원을 지불할 수도 있다. 동물은 고통을 느끼고 기호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인데 물건으로 보는 게 타당할까. 동물은 물건가치 이상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을 수 있다.”

- 기억에 남는 동물 관련 소송은.

“얼마 전 기니피그(애완용 쥐의 일종)를 차에 태우고 운전 중이던 분이 사고가 나 다친 일이 있다. 보험회사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10만원짜리 새로 하나 사 드리겠다’고 했는데 반려인이 화가 나 보험사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분은 본인도 다쳤지만, 동물병원부터 갔던 분이다. 요즘은 이런 소송들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 가치에 대해 진일보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졌다고 본다.”

-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민폐가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의 문제다. 나도 수의사지만 큰 개가 무섭다. 반려견 목줄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행위 등은 타인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반려인의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람이 동물을 변호하는 날이 올 것만 같다. 그렇지 않아도 2000년대 초반 경남 천성산터널 건설 찬반 갈등이 빚어졌을 당시 그곳에 살던 도롱뇽을 소송 주체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터다. 이 변호사는 물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조만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동물권도 결국 사람이 주장해야겠지만, 그들의 행복추구·동물답게 살 권리를 법원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동물을 변호하는 소송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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